사회 사회일반

[8·15 특별사면]정치인·공직자 '0' 경제인 '최소화'...엄격한 사면 원칙 고수

사면 기준·배경은

비리사범·강력범죄 제외 등 이미 제시한 기준 적용

재벌총수 이재현 회장뿐...전체 숫자도 '朴정부 최소'

"국민화합·사기 진작" 서민·영세상공인에 혜택 집중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날 임시국무회의에서 의결된 ‘8·15 광복절 특별사면’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날 임시국무회의에서 의결된 ‘8·15 광복절 특별사면’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광복절 특별사면 계획을 알리면서 “지금 우리 경제가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이 많고 국민의 삶의 무게가 무겁다”고 말했다. 특사 계획과 함께 경제의 어려움을 언급했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이번 특사 때는 경제 활성화 측면을 많이 고려하겠다는 의중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정현 신임 새누리당 대표는 광복절 특사 발표를 하루 앞둔 지난 11일 “민생·경제사범에 대해서는 통 큰 사면이 있기를 국민이 기대하는 것 같다”는 메시지를 박 대통령에게 전했다. 이 대표와 박 대통령의 ‘특별한 관계’를 고려하면 이 언급 역시 박근혜 정부 내내 유지돼온 엄격한 사면 기조가 다소 누그러지는 게 아니냐는 해석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광복 71주년 8·15 특별사면 역시 정치인·기업경영인 등 사회지도층에게 엄격하고 전반적으로 절제된 사면 원칙을 유지했다. 사면 명단에는 정치인·공직자는 한 명도 없었고 재벌 총수는 이재현 CJ그룹 회장 한 명뿐이었다. 유력한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최재원 SK그룹 부회장,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은 모두 제외됐다.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은 “경제인에 대해서는 과거 사면 전력과 죄질, 국민 법 감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소화했다”며 “이번 정부를 통틀어 경제인 사면은 28명인데 이는 역대 정부에서 가장 적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재현 회장의 사면에 대해서는 “건강이 나빠 정상적인 수감 생활이 어려웠던 점 등에 대한 인도적 배려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행정제재 감면을 포함한 전체 특별사면 숫자도 정부 출범 이래 가장 적었다. 사면자는 지난 2014년 설 특사 290만2,424명, 지난해 광복절 특사 221만7,751명이었지만 이번 특사는 142만9,099명에 그쳤다.


이렇게 엄격한 사면이 유지된 이유는 기본적으로 박 대통령 스스로 국민에게 제시한 약속과 기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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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때부터 ‘대기업 지배주주와 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한 사면권 행사 제한’을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다. 비록 지금까지 세 차례 특사를 단행하기는 했지만 그 내용에서 이전 정부처럼 방만하게 사면을 시행할 경우 여론의 비난이 거세게 일 것이 자명하므로 본인이 한 약속을 최대한 이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또 이번 정부는 처음으로 시행한 2014년 설 특사 때부터 이전 정부와 달리 구체적인 ‘사면 기준’을 제시했다. △정치인·공직자 배제 △경제사범 최소화 △살인·성폭력 등 강력범죄와 아동학대 범죄, 안전위협 범죄, 사회물의사범 제외 등이 그것이다. 형기의 3분의2 이상을 마쳤으면 형 집행을 면제하고 2분의1~3분의2는 형량 절반을 감경한다는 기준도 있다. 행정제재 감면에서도 교통 사망사고, 음주운전으로 인사사고, 뺑소니, 금품수수로 인한 제재는 특혜 대상에서 제외했다. 지난해 광복절 때는 더 진일보한 기준을 제시해 경제인의 경우 최근 6개월 내 형 확정자, 형 집행률 부족한 자, 현 정부 출범 후 비리 사범, 벌금·추징 미납자, 5년 내 특별사면 받은 자 등은 제외하도록 했다. 이런 기준에 따라 지난해 광복절 특사 대상자 명단에도 정치인은 없었고 재벌 총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한 명이었다. 2014년 1월 단행된 박 대통령의 첫 특사에서도 정치인과 재벌 총수가 제외됐다. 즉 정부가 애초에 제시한 기준들이 절제된 사면을 유지할 수 있는 브레이크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최근 롯데그룹 회장 일가의 경영권 분쟁과 비자금 비리 의혹 등으로 재벌 총수들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대된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광복절 특사 때만 해도 사면을 단행하면서 ‘경제 활성화’가 언급됐으나 이번 특사 발표 때는 이런 용어가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은 점이 그 방증이다. 진경준 검사장 등 최고위층 공직자들의 비리가 잇따라 터져 나온 것도 절제된 사면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런 요소들은 결국 정부가 기존에 제시한 사면 기준의 틀 안에서 국민들의 사기를 진작시킬 수 있는 서민·생계형 범죄 감면 위주의 사면이란 결과로 나타났다.

박 대통령은 12일 임시국무회의에서 “국민 화합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힘을 모으고자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했고 어려움에 부닥친 서민과 중소·영세상공인들이 희망을 품을 수 있게 조속히 생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서민준·박경훈기자 morandol@sedaily.com

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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