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통상압박 빌미에 '가정용 요금폭탄' 불똥...논란의 산업용 전기료

산업용 요금 인상 문제 넘어

美 한국산 철강 관세 부과 등

통상까지 연결 정부·재계 긴장

"최근 10년간 76%나 올랐고

원가 감안하면 되레 비싸다"

강한 목소리로 조목조목 반박







미국 상무부는 최근 한국산 열연강판에 최대 61%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했다. 값싼 전기료를 지원받아 한국 업계가 ‘불공정경쟁을 해왔다’는 게 주된 이유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계에 비보가 또 들려왔다. 주택용 전기요금을 둘러싼 광풍이 부는가 싶더니 불똥이 산업계로 점점 튀었다. “주택용 전기요금이 비싼 데는 값싼 산업용 전기요금이 근본적인 문제다. 전기요금 체계를 뜯어고쳐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거센 목소리가 야권 안팎에서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논란의 단초는 주택용에만 적용되는 누진제였다. 많게는 11.7배의 누진요금을 매겨 ‘요금폭탄’이 있는 주택용 전기와는 달리 산업용에는 이런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가정용에서 전기장사를 해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가정용에만 11.7배의 과중한 누진제를 적용하는 나라는 없다”며 “기업에서 보는 손해를 가정용 요금으로 메운다는 비난이 나올 만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녹록지 않자 산업계는 물론 정부도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요금 인상 문제를 넘어 통상 문제까지 연결돼 상황이 복잡하게 꼬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 상황은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하느냐 마느냐의 일차함수가 아니다”라면서 “통상 문제까지 연결돼 있어 실타래를 제대로 풀지 못할 경우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꼬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산업계가 산업용 전기요금이 원가보다 낮다는 세간의 주장에 대해 과거보다 더 강한 목소리로 조목조목 반박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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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산업용 요금이 ‘절대 싸지 않다’는 근거를 우선 제시하고 있다. 값싼 산업용 전기요금은 과거의 얘기라는 것이다. 채희봉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지난 10년(2004~2013년)간 산업용 전기요금은 76% 올랐고 같은 기간 주택용은 11.4% 올랐다. 인상률이 산업용이 7배나 많다”고 말했다.

재계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누진제로 인해 주택용 전기요금이 더 비싸게 느껴질 뿐 각종 설비 등을 감안할 때 산업용이 되레 비싸다는 것이다. 물론 지난해 기준 1kwh당 전기요금은 주택용이 123원70전, 산업용은 107원40전으로 주택용이 비싸다. 이에 대해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산업용 전력은 고압이기 때문에 변전설비가 필요 없어 송배전 단가가 줄어든다”며 “송전탑과 대지보상비·유지비 등 실질원가를 고려하면 산업용 전기요금이 오히려 주택용보다 비싼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주택용 전기요금은 구간별로 최고 11.7배의 요금 차이가 나는 누진제의 영향도 있다고 강조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자료를 통해 원가회수율도 산업용이 더 비싸다는 근거를 댔다. 자료를 보면 지난해 산업용 전기요금 원가회수율은 109%인 반면 주택용 원가회수율은 100%다. 한국전력이 100원에 전력을 사서 기업들에는 109원, 가정집에는 100원에 팔았다는 얘기다. 전경련 관계자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산업용을 많이 팔수록 한국전력이 이익이 남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권을 중심으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정부와 여당은 ‘누진체계 개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이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중장기적으로 거론됐던 전기요금 체계, 누진체계를 재정비할 것”이라면서 “15명 내외의 당정 TF를 구성해 백지 상태에서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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