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단독][삼성페이로 개인간 송금한다] 모바일결제 생태계 확장…갤럭시 전성기 이어갈 '비장의 무기'로

하드웨어 혁신은 한계…소프트웨어 강화나서

P2P송금 서비스땐 阿 등 개도국 판매 기폭제

메신저 송금도 추진…빅데이터 경쟁력이 관건



‘나에게 벤모 해(Venmo me).’

최근 미국과 일본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하는 단어다. 벤모는 페이팔의 개인 간(P2P) 송금 애플리케이션이다. 식당에서 한 사람이 전체 금액을 결제하면 나머지 사람들이 벤모를 통해 즉석에서 자기 몫의 금액을 이체할 수 있다. 모바일 전자결제 시대에 벤모는 현금을 대체하는 수단으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삼성전자가 삼성페이에 P2P 송금 기능을 추가하려는 것도 이런 이유다.

삼성페이를 지갑을 대신하는 완벽한 결제수단으로 만들어 스마트폰 ‘갤럭시’ 이용객을 늘리는 전략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갤럭시S7과 노트7이 올해 삼성을 먹여 살렸다면 내년에는 삼성페이가 스마트폰 시장 확대의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페이 생태계 확대는 곧 스마트폰 시장 확대 원동력=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갤럭시는 이미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다. 하드웨어적 측면에서는 경쟁사인 애플을 압도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스마트폰 하드웨어의 혁신이 한계에 도달한 상황에서 삼성이 선택한 전략은 소프트웨어 강화다. 삼성페이가 좋은 예다. 실생활과 밀접한 결제 시스템을 온오프라인에서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해 갤럭시 이용 고객을 늘리려는 전략이다. 실제로 미국 시장에서 삼성페이 이용객의 92%가 만족한다고 답하는 등 전략이 통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삼성페이가 지갑을 완전히 대체하기 위해서는 P2P 송금 기능이 필수적이다. 신용카드가 보편화됐다고는 하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이 현금과 모바일뱅킹을 이용하고 있다.


삼성페이 서비스 강화는 최근 삼성 내부의 고민과도 일맥상통한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중요한 것은 삼성페이 서비스를 디바이스 판매와 잘 연결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갤럭시S7의 누적 판매량이 2,600만대를 돌파하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삼성페이와 결합해 판매를 더욱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한국과 중국·미국·스페인·호주 등 주요국에서 삼성페이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페이와 제휴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스마트폰이 잘 팔려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 역시 매출이 늘고 성장할 수 있는 구조도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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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P 송금은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서 성장 가능성이 더 크다. 신용카드와 은행 점포 이용률이 낮은 개발도상국에서 삼성전자라는 브랜드 신뢰도를 바탕으로 P2P 송금 서비스를 시작하면 스마트폰 판매에 또 하나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페이 영역 확장은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의 좋은 모델”이라며 “실생활과 가장 밀접한 전자상거래에서 삼성페이의 생태계를 확장해 스마트폰 갤럭시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결제 빅데이터 구축, 사업 의지가 성패 가를 것=삼성페이가 P2P 송금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페이팔 등 주요 경쟁업체들이 수년간 쌓아온 빅데이터 경쟁력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페이팔은 지난 15년간 전 세계 결제대행사업을 통해 보안 시스템 및 부정거래방지시스템(FDS)을 구축하고 있다. 간편 결제 서비스 자체는 국내 기업들과 기술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오랜 기간 축적된 빅데이터 정보가 필수인 FDS 영역은 국내 기업들로서는 단기간에 따라가기 힘든 부분이다.

삼성 최고위층에서 의지를 가지고 삼성페이 서비스를 강화하려고 나서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다. 삼성페이가 P2P 송금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시중은행들과의 계약이 중요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4월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과 연쇄 회동을 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 삼성페이에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에서 대기업이 P2P 송금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현행법상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P2P 대출과 달리 P2P 송금은 현재 대기업 진출에 큰 문제가 없다”며 “최근 네이버·다음 등 기업들이 앞다퉈 P2P 송금 시장에 진출하는 것 역시 이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최근 핀테크 기업을 통한 외화 송금도 허용했다.

◇마지막 퍼즐은 메신저 송금=삼성페이가 모바일 결제 시장의 생태계를 완성하기 위해 남은 마지막 과제는 메신저를 이용한 P2P 송금이다. 위챗을 비롯해 페이스북 등이 서비스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다음 카카오와 네이버 라인 등이 선보였다. 삼성은 자체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챗온’을 2015년 중단했다. 자체 모바일 메신저가 없는 상황이다. 챗온이 있었다면 페이스북 메신저처럼 육성해 모바일 송금 시스템으로 활용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나오는 대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페이 역시 루프페이를 인수해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강화했듯 모바일 P2P 부문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면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도원·이수민기자 theone@sedaily.com

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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