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재정난 공익변호사 돕자" 사흘만에 1억 모아

약촌오거리 사건 등 재심 주도

사회약자 도와 온 박준영 변호사

'스토리펀딩'에 2,869명 도움 손길

무료 변론 박준영 변호사무료 변론 박준영 변호사




재정난에 처한 한 공익 무료 변호사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은 시민들이 온라인에서 사흘 만에 1억원의 금액을 모았다. 최근 전관을 앞세운 일부 변호사들이 거액의 수임료를 받아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변론에 앞장서는 한 법조인에게 시민들의 애정이 쏟아져 화제다.


박준영(43·사법연수원 35기·사진) 변호사는 지난 11일 밀린 월세 때문에 이달 말 사무실을 이전해야 하는 안타까운 사연을 포털사이트 다음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스토리펀딩’에 알리고 후원을 받기 시작했다. 1억원을 목표로 모금을 시작했는데 불과 사흘 만인 14일 오후 시민 2,869명이 도움의 손길을 보내면서 목표 금액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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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변호사는 “사회적 약자를 생각하고 정의를 바라는 시민들의 마음이 이렇게 크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며 “최근 수십억원의 수임료를 받고 문제를 일으킨 일부 변호사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큰 상황에서 반사이익을 본 것도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한변호사협회의 ‘제3회 변호사 공익대상’에 선정된 박 변호사는 사회적 약자의 억울함을 풀고자 재심 사건에만 집중해 재정난에 시달려왔다. 재심 사건들은 모두 무료로 진행했기 때문이다. 2012년부터 4년째 쓰고 있는 수원지방법원 앞 사무실의 월세가 이달로 열 달째나 밀렸다. 마이너스 통장은 한도가 찼고 적금도 모두 깼다. 한때 변호사 2명과 직원 4명을 고용했지만 월급을 감당할 수 없어 모두 내보낸 뒤 지난해부터 30여평의 사무실을 홀로 쓰고 있다. 박 변호사는 “후원금으로 수원에서 변호사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며 “사법 시스템 운용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의 권리 침해를 막는 일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허위자백·회유 등 수사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문제, 특히 사회적 약자의 권리 침해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미성년자·지적장애인 등이 범인으로 지목돼 옥살이한 석연치 않은 사건들을 접하고 수년에 걸쳐 당사자들을 찾고 관련 기록을 모으는 등 10년도 더 지난 일을 다시 파고들었다.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삼례 3인조 강도치사사건’의 재심 확정판결은 이렇게 나왔다. 극히 이례적인 일반 형사사건의 재심을 그는 벌써 3차례나 받아냈다. 재심 결정이 난 뒤 검찰이 항고해 아직 확정판결이 나지 않은 ‘무기수 김신혜 사건’까지 더하면 4차례다. 박 변호사는 “변호사 활동을 하다 보니 억울한 사람이 많이 보인다”며 “저는 그 사람들에게 제가 뭔가를 베푼다기보다 법률적 경험을 나누는 것이 형평성에 맞고 배분적 정의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원=장현일기자 hichang@sedaily.com

한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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