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7개월 연속 ‘바이코리아’ 행진을 이어가며 올 들어 벌써 9조원 가까운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글로벌 유동성 확대 정책과 미국 금리 인상 지연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심리로 신흥국 증시로 자금이 유입되면서 한국 증시도 수혜를 입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원화강세로 수출주가 발목이 잡힐 경우 외국인 매수세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1조3,000억원 가까운 주식을 사들이며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순매수 행진을 7개월째 이어가고 있다. 1월 3조원 가까운 주식을 팔아치웠던 외국인은 2월부터 ‘사자’로 돌아서 이달까지 7개월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올 들어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수 규모는 8조9,407억원으로 9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015년 1월~8월16일)의 순매수 금액(5조9,550억원)과 비교해 50% 이상 늘어난 수치다. 특히 지난해 외국인이 4월(4조6,493억원)을 정점으로 순매수세가 줄어들기 시작해 6월부터 순매도로 돌아선 것과는 대조적으로 올해는 6월부터 순매수 금액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 아직 미국의 금리 인상을 비롯한 대외 변수들이 남아 있지만 하반기에도 순매수 기조가 크게 꺾이지 않는다면 2012년(17조4,621억원) 이후 4년 만에 외국인의 최대 순매수 기록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외국인의 바이코리아 행진에 힘입어 올해 들어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상장주식의 시가총액도 눈에 띄게 불어났다.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의 외국인 지분 시가총액은 464조880억원으로 지난해 말(420조9,320억원) 대비 43조1,500억원가량 늘어났다. 같은 기간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에서 외국인 보유주식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말 29.14%에서 30.49%로 높아졌다.
다만 원·달러 환율이 14개월 만에 최저치까지 떨어지면서 수출주를 중심으로 한 외국인 수급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1원10전 내린 1,092원20전으로 지난해 5월 이후 1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실제로 외국인 매수세가 주춤하면서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71포인트(0.13%) 내린 2,047.76으로 연중 최고치 경신 행진을 마감했다. 올 들어 삼성전자(005930)의 신고가 행진을 이끌었던 외국인은 최근 10거래일 연속 순매도세를 지속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원화 강세가 수출주에 대한 외국인의 차익실현 욕구를 자극하면서 순매수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