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망명 태영호 駐英 북한공사 가족과 한국 입국]최고위급 외교관...北 엘리트층 탈북 도미노 서곡?

체제 홍보 역할 맡던 핵심 인물

北 지도층 결속력 약화 반증

국제 사회 대북제재 강화 따른

국면 돌파 지시에 압박 받은 듯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이 1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브리핑룸에서 태용호 영국주재 북한공사의 망명 및 국내 입국사실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이 1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브리핑룸에서 태용호 영국주재 북한공사의 망명 및 국내 입국사실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의 이번 탈북은 북한의 탈북행렬이 생계형에서 고위 엘리트로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북한대사관 내 서열 2위에 해당하는 최고위급 외교관의 탈북은 매우 이례적으로 북한 엘리트층의 탈북 도미노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17일 저녁 긴급 브리핑을 통해 태 공사와 그의 가족의 귀순 소식을 전하면서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현학봉 대사에 이은 서열 2위에 해당한다. 지금까지 탈북한 북한 외교관 중에서는 최고위급”이라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또 “북한의 핵심계층 사이에서 김정은 체제에 대해 더 이상 희망이 없다, 그리고 또 북한 체제가 이미 한계에 이르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지배계층의 내부 결속이 약화되고 있지 않느냐는 판단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태 공사의 탈북은 북한 체제에도 커다란 충격을 안겨다 줄 것으로 예상된다. 태 공사는 북한 외무성 내에서도 서유럽 최고 전문가로 손꼽히는 인물로 북한 체제를 서방에 홍보하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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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통신은 태 공사가 북한을 옹호하기 위해 열정적으로 연설했으나 과장된 수사를 동원하는 다른 북한 관리들과 달리 어조가 차분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태 공사는 때로 북한 혁명군가를 모국어로 부르는 애국심을 과시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영국 현지 방송 등에 따르면 태 공사는 한 연설에서 영국인들이 지배계층에 세뇌됐다고 주장했다가 관중의 비웃음을 받자 “영국이나 미국에 있는 이들이 자유로운 교육, 주거, 의료가 있는 나라가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북한을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여러 유럽 국가 중 영국에 외교적으로 우선순위를 두고 자원을 대량 투입해왔다는 점에서 태 공사의 이번 탈북은 다른 지역에 근무하는 북한 외교관들의 동요를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런던에 있는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아시아 전문가인 존 닐슨-라이트는 BBC 인터뷰에서 “고위관계자의 망명이 확인되면 체제에 매우 당혹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 소식통들은 올해 초 북한의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되면서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의 활동이 급격히 위축됐다면서 이에 따라 태 공사가 귀순을 결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외교관들은 예전에는 영국 정부 관리들이나 북한 문제에 관심 있는 영국 의원 등과 접촉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이런 접촉이 거의 끊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정부에서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에 제재 국면을 돌파하라는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높지만 여의치 않아 태 공사가 상당한 압박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 BBC방송은 지난 16일(현지시간) 가족과 함께 10년 동안 영국에 거주해온 태 공사가 아내 등 가족과 함께 대사관이 있는 런던 서부에서 몇 주 전에 자취를 감췄다고 보도했다.

한편 태 공사가 가족과 함께 최근 한국에 입국했다고 통일부가 전격 발표하자 AP통신 등 주요 외신들도 이를 주요 뉴스로 긴급 타전했다. AP통신은 태 공사가 김정은 북한 체제에 혐오감을 느꼈고, 남한의 민주주의를 동경했으며, 아이 미래를 걱정해 탈북을 결심했다는 통일부 대변인의 언급을 소개했다. 로이터통신도 통일부 대변인의 발표를 바탕으로 태 공사의 탈북과 한국 입국 사실을 긴급 기사로 전했다. 영국 BBC는 자국 주재 북한 대사관의 태 공사가 탈북해 서울에 도착했으며, 한국 정부의 보호 아래 있다고 비교적 자세하게 보도했다. /노희영 기자·연유진 기자 nevermind@sedaily.com

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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