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소난골 프로젝트' 해결하자...앙골라로 날아간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

'소난골 9월말까지 인도' 잠정합의 했지만

여신 연장·무보 보증 해결 안되면 무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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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회계 비리와 관련한 검찰 수사가 현 경영진에게 확대되고 회사채까지 대규모 만기가 도래하는 가운데 정성립(사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회사의 사운이 걸린 ‘소난골(앙골라 국영석유회사) 수주 프로젝트’를 위해 급거 앙골라 출장길에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정 사장은 소난골로부터 오는 9월 말까지는 드릴십 2기를 인도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하지만 소난골이 자체 프로젝트를 위해 해외 금융사로부터 빌린 대출 연장 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이번 약속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아프리카 제2산유국인 앙골라의 소난골은 대우조선해양에 1조원대의 드릴십 2기를 발주했지만 자체 자금 사정으로 인도를 지연시키며 대우조선해양을 유동성 위기에 빠뜨리고 있는 장본인이다.

지난달 유럽 출장에서 선주사들로부터 6억달러 규모의 선박 인도 대금을 앞당겨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던 정 사장이 이번 앙골라 출장에서 소난골 프로젝트 인도 지연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정 사장은 1조3,000억원 규모의 소난골 프로젝트 인도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4일 앙골라 현지로 떠났다. 출장에는 이미 앙골라 현지에 문제 해결을 위해 머물고 있는 김장진 사업본부장(전무)도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난골은 대우조선해양에 드릴십 2기를 발주해 6월과 7월 각각 인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드릴십 인도에 필요한 대출 일부에 대한 보증을 약속했던 노르웨이수출보증공사(GIEK)가 발을 빼면서 인도에 차질이 생겼고 덩달아 대우조선해양 유동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업황부진 등에 따른 경영실적 악화로 극심한 유동성 위기에 빠진 대우조선해양은 소난골 프로젝트를 인도해야 1조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당장 다음달 4,0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 만기 상환을 위한 유동성은 확보했지만 소난골 프로젝트 문제 해결 없이 대우조선해양의 생존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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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사장이 앙골라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도 그만큼 소난골 프로젝트의 인도 지연 문제 해결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소난골 프로젝트는 단순히 대우조선해양의 생사가 걸린 문제만이 아니다”라며 “수출입은행 같은 국책은행도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 있는 국가적 문제이기 때문에 반드시 해결돼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앙골라 출장에서 소난골 관계자는 물론 소난골 석유개발 프로젝트에 여신을 지원한 글로벌 채권은행 관계자들과도 직접 만나 소난골에 대한 여신회수 자제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소난골에 대한 채권은행들의 여신은 사실상 기한이익상실(EOD·Event of Default)에 처한 상태다. 앙골라가 글로벌 저유가 지속으로 4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등 위기에 빠지자 소난골도 글로벌 채권은행들로부터 여신 회수에 대한 압박을 받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채권은행들이 소난골 여신 회수에 나선다면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드릴십 인도도 사실상 물 건너간다.

채권은행들은 이달 중 소난골 여신 연장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이 이처럼 소난골 지원사격에 나선 것은 글로벌 채권은행들의 대출 연장이 성사돼야 공백이 생긴 소난골 프로젝트 보증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무역보험공사는 노르웨이수출보증공사가 보증을 포기한 3억7,000만달러에 대해서도 원래 보증하기로 했던 6억2,000만달러에 더해 100% 보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무보가 위기에 처한 소난골 프로젝트의 리스크를 모두 떠안는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소난골의 여신 연장은 무보가 100% 보증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선결 과제다. 소난골이 앙골라를 방문한 정 사장에게 9월 말까지 프로젝트를 인도하겠다고 했지만 현지 여신 연장과 국내 보증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인도 약속은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게 조선업계의 판단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무보 측에서 소난골의 재무 문제가 해결되면 보증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한 만큼 만기 연장은 문제해결 과정의 중대 고비”라고 설명했다.

정 사장의 이번 앙골라 출장이 주목되는 것은 지난달 유럽 출장에서 정 사장이 선주들로부터 6,700억원 규모의 ‘급전’을 마련해오는 등 나름의 성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지난달 유럽 출장에서 선주사 5곳으로부터 선박 건조 대금을 조기에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바 있다. 이를 통해 대우조선해양은 9월 만기 도래하는 4,000억원 규모의 CP 상환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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