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은행이 우량 중기 보증해라" 위탁보증 강행에 은행 '비상'

내년 신위탁보증제 시행

신·기보 정책보증 차단하고

민간 은행이 보증·대출까지

은행권, 충당금 추가 부담에

BIS 비율 하락 불가피해져

"자기 채권 보증서는 격" 한숨



금융 당국이 40년 만에 중소기업에 대한 보증 체계를 확 바꿔 성숙기 이후 중기에 대해서는 은행이 직접 보증을 하는 체제를 도입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중기 보증 업무를 떠맡게 된 은행권이 초비상에 걸렸다.

은행권에서는 제도의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보증 업무를 맡게 되면서 생길 대출 과정에서의 이해 상충과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하락 문제 등이 해소되지 않았음을 우려하고 있다. 중기 보증 시장에서 정책금융의 비효율성을 없애겠다는 제도가 자칫 은행의 중기 대출 여력을 감소시켜 중견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는 우량 중기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일 시중은행 임원들을 소집해 기업·국민·신한·KEB하나·우리·농협은행 등 6대 은행을 시작으로 내년 1윌부터 신위탁보증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2017년부터 5년 동안 약 12조원의 정책 보증 물량을 민간 은행으로 넘기겠다는 구상도 이날 제시했다.


신위탁보증제도는 장기간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의 보증을 받았던 중기에 대해 정책보증을 최대한 차단하고 민간 은행이 직접 이들 기업을 보증하고 대출까지 하는 구조로 바꾸는 것이다. 신보와 기보의 정책보증 가운데 10년 이상 보증 기업의 비중이 25%를 넘는 가운데 장기 보증 기업은 앞으로 민간 은행이 알아서 보증하고 정책보증 재원을 최대한 창업 및 신생 기업에 돌리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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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은행권이 우려하는 가장 큰 문제는 BIS 비율이 하락해 중기 대출 여력이 되레 감소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신위탁보증제도는 은행이 직접 보증을 선 대출에서 발생한 손실에 대해 4%까지는 정책보증기관이 손실을 부담하되 4%를 초과할 경우 은행이 직접 손실을 부담하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은행은 이처럼 변제 한도가 정해진 대출의 경우 전액을 보증대출이 아닌 신용대출로 분류해야 해 충당금 추가 부담과 함께 BIS 비율 하락이 불가피하다. 은행권은 금융 당국이 이 문제를 해소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해왔지만 국제 규정과의 상충 문제가 있어 금융감독원도 아직 묘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은행 내 보증부서와 대출부서 간 이해 상충 문제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 제도의 취지는 은행 대출 심사의 전문성을 활용해 장기 보증 기업에 대해서는 보증 규모를 점차 줄이자는 목적이다. 하지만 은행 내 보증부서와 대출부서 간에는 필연적으로 이해 상충 문제가 발생해 방화벽이 쌓이고 결국 대출 심사의 전문성을 보증 과정에서 활용하겠다는 정책의 취지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본질적으로 자신의 채권에 대해 스스로 보증까지 서야 한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은행권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모든 문제를 결국 은행권이 해결하라는 식의 금융정책 접근법이 달라지지 않고 있다”며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과정에서 보증이 크게 위축되고 담보 대출 위주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방안에 따라 신보와 기보 역시 핵심 보증 업무를 빼앗기며 구조조정 압력에 노출되는 가운데 하반기 국회에서도 중소 정책보증 개편에 따른 문제가 이슈화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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