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여명의 초등학생이 참여하는 전국유소년축구대회가 낮 최고기온 35~39도에 이르는 폭염 속에 운영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애초 계획된 일정과 다르게 불볕더위가 절정에 이르는 정오에서 오후3시까지 치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어린 학생의 건강을 위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8일 경주시에 따르면 한국유소년축구연맹과 공동 개최한 ‘2016 화랑대기 전국 유소년축구대회’가 지난 11일부터 오는 22일까지 운영 중이다. 전국 159개교와 60개 클럽에서 8,000여명의 선수단이 참가했다.
지난해보다 참석 인원이 20% 이상 늘어나는 등 참가 열기는 고조되고 있지만 매일 사상 최고 폭염이라는 기록이 나오는 상황에서 경기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돼 참가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낮 최고기온이 평균 35~39도에 이르는 시간대에도 애초 예정과 다르게 경기가 치러지고 있어 경기에 출전한 아들이 땡볕 아래에서 쓰러지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학부모들이 상당수다.
군 지휘부도 최근 폭염이 지속해 일선 군부대는 낮 시간대에 장병들의 훈련 및 야외 활동을 하지 않도록 지시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어린 선수들에게 이 같은 축구경기는 가혹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오전·오후·야간으로 구분돼 운영되는 이 대회는 폭염이 절정에 이르는 낮 시간대는 경기하지 않도록 계획됐다. 하지만 오전 마지막 경기가 미뤄져 정오가 돼서야 운영되거나 운동장 부족 등으로 정오~오후1시 반 경기가 추가되는 등 자의적으로 일정이 변경되며 폭염으로 인한 환자 속출이 우려된다.
3년째 자녀와 함께 이 대회를 찾았다는 초등학교 교사인 한 학부모는 “차에서 외부 온도를 측정해보니 43도가 나올 정도로 무더운 날씨인데 열살배기인 아이들이 얼굴이 시뻘개진 채로 뛰고 있는 걸 보니 응원은커녕 마음만 아프다”며 “일선 학교에서는 35도가 되면 외출 자체는 물론이고 개학까지 미루고 있는데 대낮에 이렇게까지 경기를 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경기도에서는 12개 시·군에 폭염 경보가 내려지자 학생들의 건강 문제를 우려해 고등학교 2곳을 포함해 초·중·고교 6곳이 개학을 연기했다.
참가 선수의 학부모들은 유례없는 폭염이 거듭되는 날씨임을 고려해 경기 시간을 앞당기거나 대회 운영기간을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경주시와 유소년축구연맹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게 문제다.
경주시 관계자는 “예선전에 참가팀이 워낙 많다 보니 낮에도 불가피하게 경기를 치르게 됐다”며 “학부모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경기시간 조정을 유소년축구연맹에 수차례 요구했지만 실질적인 운영권을 가진 연맹에서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와 경주시에서도 마땅히 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에 유소년축구연맹은 경기시간을 앞당기는 것은 기상시간이 지나치게 빨라져 선수 건강과 컨디션 관리에 오히려 위험이 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회 기간 연장 역시 경주 시내 투숙 기간 증가에 따른 비용부담 탓에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는 게 경주시의 설명이다.
조현 순천향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성인보다 뇌가 덜 자란 유소년들은 체온을 조절하는 열조절중추가 햇볕에 더 쉽게 손상돼 열사병 발생 위험이 크고 발병 후에는 긴급한 수액 투여가 요구되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특히 한여름의 인조잔디 구장은 기온이 주위보다 높은 것은 물론이고 단순한 미끄러짐에도 심각한 화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