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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in올림픽]동남아 배드민턴이 강한 이유...엄청난 돈벼락, 그것 뿐은 아니죠

‘푸나(Poona)’에서 유래한 초기 배드민턴 라켓과 셔틀콕.‘푸나(Poona)’에서 유래한 초기 배드민턴 라켓과 셔틀콕.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앞두고 대한민국 배드민턴 대표팀의 전력은 세계 최강으로 꼽혔다. 특히 남자복식 세계랭킹 1위 이용대(28·삼성전기)-유연성(30·수원시청)조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한국 선수단은 부진한 반면 동남아시아 선수들이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을 가져간 것을 비롯해 대부분 종목에서 초강세를 나타냈다.

동남아의 배드민턴 초강세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동남아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스포츠는 배드민턴이다. 한국에서의 프로야구는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동남아의 ‘셔틀콕 사랑’은 뜨겁다. 연중 크고 작은 국제대회가 끊이지 않고, 생활체육에서도 폭넓게 배드민턴이 보급돼 있다. 국적이 어떻든 배드민턴을 잘하는 선수를 보면 아이돌 못지않은 열광적인 ‘팬덤’을 보여주는 곳도 동남아시아다.


무엇보다 동남아 ‘셔틀콕 열풍’의 최대 원동력은 선수의 뛰어난 경기력이다. 지난 1948년 창설된 세계남자배드민턴선수권(당시 명칭은 토마스컵) 초대 챔피언을 말레이시아가 차지했고, 인도네시아가 총 13번의 우승 기록을 갖고 있을 정도로 동남아시아의 배드민턴 기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올림픽에서도 동남아시아의 강세는 이어졌다. 정식종목으로 처음 제정된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남자단식(알란 부디 쿠스마)과 여자단식(수지 수산티)에서 금메달을 인도네시아가 모두 따냈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금메달 1개, 은메달 3개, 동메달 3개를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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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콕 영웅’의 줄이은 탄생에 돈이 뒷받침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A급 선수로 인정받게 되면 수도 자카르타의 일반 급여 근로자 평균 연봉 3,096달러(약 339만원)의 수십 배가 달하는 오픈 대회 상금을 받을 수 있고, 각종 대기업들의 후원까지 이어지면서 단번에 윤택한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배드민턴 강국들이 모인 동남아에서 배드민턴은 소위 ‘신분 상승’을 위한 가장 빠른 지름길로 불린다. ‘인도네시아에서 부자가 되는 지름길은 배드민턴을 잘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실제로 1992바르셀로나올림픽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수지 수산티가 자국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부자로 통하고, 리총웨이가 지난해 기준 7,500만 달러를 벌어들여 전 세계에서 가장 소득이 많은 배드민턴 선수로 선정됐다. 인도네시아에서만 무려 10만명이 넘는 선수들이 협회에 등록돼 있고, 수지 수산티와 같은 A급 선수가 되기 위해 땀을 흘린다.

대다수 동남아 국가에서 배드민턴이 국기(國技)로 인기를 끄는 건 역사적 사연이 있다. 배드민턴의 기원 자체가 그렇다. 1800년대 중반 한 영국군 장교가 인도에서 성행하고 있던 ‘푸나(Poona)’라는 놀이를 본국에 전파해 배드민턴이 됐다. 스포츠로 발전한 배드민턴은 당시 영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동남아에까지 전해졌다. 주민의 상당수가 인도계였던 동남아 사람들은 푸나와 비슷한 배드민턴 방식에 쉽게 적응했고, 배드민턴의 인기 또한 급속히 확산됐다.

동남아의 뼈아픈 식민지 역사도 배드민턴의 성장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19~20세기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식민지를 건설했던 유럽과 일본 등의 제국주의 국가들은 현지인들이 운동을 통해 자신감을 기르지 못하도록 학교에 운동장을 만들지 못하게 했다. 이 때문에 좁은 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성행했는데, 다른 스포츠보다 비교적 좁은 공간에서 이뤄지는 배드민턴은 당시 상황에 비춰 안성맞춤이었던 종목이었다.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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