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토요와치]금싸라기 땅 '신발의 전쟁'...강남·명동·홍대 점령한 슈즈숍

운동화 인기 지속에 中 관광객 쇼핑 수요 겹쳐

패션업계 불황에도 신발 전문 매장 매출 쑥쑥

카페 등 밀어내고 핫플레이스에 속속 들어서

의류·액세서리 취급 '라이프스타일숍' 진화

글로벌 브랜드도 가세...경쟁 치열해질 듯

지난 12일 서울 명동에 문을 연 레스모아의 ‘넥스텝’ 매장 전경. 국내 최초 스포츠 퍼포먼스 멀티숍 콘셉트로 신발 외에도 의류와 액세서리를 모두 취급하는 종합 매장이다. /사진제공=레스모아지난 12일 서울 명동에 문을 연 레스모아의 ‘넥스텝’ 매장 전경. 국내 최초 스포츠 퍼포먼스 멀티숍 콘셉트로 신발 외에도 의류와 액세서리를 모두 취급하는 종합 매장이다. /사진제공=레스모아




슈즈 멀티스토어 핫티 홍대점 전경. 핫티는 전국 10개 매장에 모두 동일한 시트러스 계열의 향기를 적용해 젊은 고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사진제공=핫티슈즈 멀티스토어 핫티 홍대점 전경. 핫티는 전국 10개 매장에 모두 동일한 시트러스 계열의 향기를 적용해 젊은 고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사진제공=핫티


지난 4월 강남역 인근에 문을 연 뉴발란스 플래그십 스토어 매장 전경.     /사진제공=뉴발란스지난 4월 강남역 인근에 문을 연 뉴발란스 플래그십 스토어 매장 전경.   /사진제공=뉴발란스


명동과 홍대, 그리고 강남역. 젊은이들과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들 ‘핫플레이스’가 최근 1~2년 사이 신발에 점령(?)당하고 있다. 스포티즘이 유행의 중심에 서면서 수년간 운동화의 인기가 식지 않고 있는데다 한국을 찾은 중국인들의 쇼핑 수요까지 겹치면서 신발 전문 매장들이 경기불황 속에서도 쏠쏠한 매출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ABC마트와 레스모아·슈마커 등 다양한 브랜드의 신발을 판매하는 ‘슈즈 멀티 스토어’와 신발 전문 브랜드 숍들은 유동 인구가 많아 ‘금싸라기 땅’으로 유명한 이들 지역을 주름잡고 있던 의류 매장과 드럭스토어·카페 등을 밀어내고 본격적인 ‘신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슈즈 숍들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남다른 디자인의 한정판 제품이나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내세우는 한편 신발뿐 아니라 관련 액세서리나 의류까지도 취급하는 ‘라이프스타일숍’으로 진화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강남역 인근에 슈즈 멀티숍인 핫티가 100평 규모의 대형 매장을 연다. 이 자리는 강남역 11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보이는 곳으로 지금은 드럭스토어 ‘분스’가 영업하고 있다. 여기에 신논현역 근처에 신축 중인 한 건물에도 아디다스 입점이 확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신논현역과 강남역을 잇는 강남대로의 신발 전쟁이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이 거리 중심에는 강남역의 오랜 터줏대감인 금강제화 강남본점이 자리하고 있고 이랜드의 슈즈 및 잡화 브랜드인 폴더가 있다. 금강제화 건너편 CGV 옆에는 ABC마트가 영업 중이며 신논현역을 사이에 두고 ABC마트 강남논현점이 하나 더 있다. 핫티가 문을 여는 강남역 11번 출구 근처에는 올 초 파리바게뜨가 사라지고 뉴발란스 강남 플래그십스토어가 3층 규모로 매장을 열었다. 신논현역 근처에는 레스모아 강남스퀘어점이 자리한다. 이 외에도 닥터마틴과 락포트 등 단일 신발 브랜드 매장도 강남역을 중심으로 포진해 있다. 임대료가 워낙 비싸 당대에 가장 잘 나가는 업종만이 입성할 수 있다는 강남역 사거리에 드럭스토어와 식음료 업종을 제치고 신발 매장이 일대를 점령하기 시작한 것이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장 핫한 브랜드가 무엇인지 가늠할 수 있는 홍대 일대에도 신발 매장들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먼저 홍대입구역을 둘러쌓던 의류 매장들이 문을 닫고 지난해 이랜드의 잡화 브랜드인 폴더와 슈펜이 영업을 시작했다. 홍익대 정문으로 통하는 홍익로에는 ABC마트 홍대점과 스케쳐스 직영점이 들어섰다. 홍대 정문 근처에는 ABC마트의 프리미엄 슈즈 숍 온더스팟이 영업 중이다. 이 외에도 뉴발란스와 닥터마틴·반스·스베누·카시나 등 젊은 층이 선호하는 신발 브랜드 매장이 즐비하다.

특히 홍대에는 올 들어 새로운 슈즈 매장 오픈과 기존 매장 리뉴얼이 잇따르면서 신발 인기를 실감하게 한다. 지난 6월 핫티가 홍대거리에 있던 카페 자리에 매장을 열었으며 같은 달 나이키가 세계 최초의 스니커즈 전문 매장 ‘나이키 스니커즈 홍대’를 열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아디다스오리지널도 최근 리뉴얼을 마치고 재영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슈즈 스토어의 진정한 자존심 싸움은 유행과 관광의 핵인 명동에서 벌어지고 있다. 명동은 현재 슈즈 스토어의 최신 트렌드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지난해부터 슈즈 멀티스토어들이 속속 한정판 신발이나 액세서리·의류까지 취급하는 라이프스타일 매장을 명동에 선보이며 변신을 꾀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라이프스타일 매장 경쟁 대열에 합류한 곳은 레스모아의 ‘넥스텝(NEXTEP)’이다. 국내 최초 스포츠 퍼포먼스 멀티숍 콘셉트로 지난 12일 서울 명동 중앙로 인근에 330㎡ 규모로 문을 열었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의 슈즈 외에도 의류와 액세서리를 모두 취급하는 종합 매장이다. 스포츠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과 구매력이 커지고 있는 것을 고려해 1층은 여성 중심의 스포츠 의류와 액세서리를 위주로 꾸몄다. 2층은 뉴발란스와 아식스·포니·컨버스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슈즈 브랜드의 제품을 판다. 레스모아 관계자는 “앞으로 서울 명동을 중심으로 홍대와 영등포, 대전, 대구, 부산 광복동 등 각 지역 핵심상권에 지속적으로 확장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라이프스타일 매장을 론칭한 ABC마트와 슈마커도 매장 확대에 공격적이다. 지난 2013년부터 고급 브랜드 매장과 초대형 매장 등 각종 특화 매장을 선보여온 ABC마트는 지난해 서울 명동에 슈즈와 의류·가방·액세서리까지 취급하는 200평 이상의 라이프스타일 매장 ‘그랜드스테이지’를 연 데 이어 올 초 강남 코엑스에 그랜드스테이지 2호점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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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 스포츠 플렉스 스토어를 지향하는 슈마커의 핫티는 가장 적극적이다. 2015년 2월에 슈즈 멀티 스토어 격전지인 명동에 1호점을 낸 데 이어 여의도 IFC몰을 비롯해 대전 중앙로, 광주 충장로, 대구 동성로, 부산 대학로, 인천 구월동 등에 총 9개의 매장을 열었고 6월에 홍대에 10호 매장을 오픈했다. 핫티는 강남점을 비롯해 하반기 중 16호점으로 매장을 늘린다는 계획이며 명동에도 매장을 하나 더 낼 계획이다. 핫티 측은 “명동 1호점은 월 매출이 11억원에 이르는 날이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모든 매장이 연일 매출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패션업계가 불황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유독 신발만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최근 수년 동안 이어진 운동화의 인기가 가장 큰 동력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던 양복이나 치마 차림에 운동화를 신는 것이 일상화될 정도로 운동화의 인기가 꾸준하다. 운동화를 ‘다 쓰고 떨어지면 사는 생필품’이 아닌 ‘수집하고 소장하고 싶은 패션 아이템’으로 받아들이는 패션 피플도 급속도로 늘고 있다. 아디다스나 나이키 등에서 한정판 운동화를 판매할 때마다 매장 앞에 늘어선 긴 줄이 그 증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슈즈 멀티스토어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이 앞다퉈 한정판 제품이나 컬래버레이션 제품 등을 앞세워 마니아층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벌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평범하고 무난한 신발로는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특히 한정판 제품 등의 경우 가격이 비교적 높아 객단가를 높이는 일등공신”이라고 덧붙였다.

의류는 물론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소비재 시장이 급속도로 온라인화하는 반면 신발은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의 중요성이 크기 때문에 주요 상권에 매장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신발의 경우 같은 사이즈라도 브랜드별로 크기가 조금씩 다르고 디자인에 따라 착화감도 제각각이기 때문에 신어보고 제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층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평가다.

또 하나의 중요한 원인은 중국 특수다. 특히 명동의 경우 신발의 작은 수출 기지 역할을 하고 있을 정도로 해외 직구를 대행하는 소규모 사업자들이나 따이공(보따리상)의 매출이 만만찮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브랜드라 하더라도 한국에 출시된 제품이 훨씬 다양하고 가격도 30% 가까이 저렴하다. 명동에 매장을 운영 중인 한 슈즈 멀티스토어 관계자는 “어떤 날은 매출의 30%가 중국 고객에서 나올 정도로 유커 매출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주요 슈즈 멀티 스토어들이 라이프스타일 콘셉트의 매장을 론칭하고 공격적으로 매장을 늘리고 있는데다 글로벌 슈즈 브랜드의 진출도 줄을 이으면서 앞으로도 신발 전쟁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ABC마트만해도 2014년 165개였던 매장을 지난해 176개로 늘렸으며 올해는 이미 192개로 증가, 하반기까지 200개 매장을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이제 막 발걸음을 뗀 레스모아의 넥스텝도 명동 1호점의 성공 여부에 따라 매장 확대가 기대된다. 또 한국에서 신발의 인기가 높아지자 크리스찬 루부탱과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체사레 파치오티도 청담동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하는 등 글로벌 슈즈 브랜드의 가세도 예고된다.

박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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