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잘 노는 리더가 일도 잘해...부장님들 2주간 꼭 쉬세요" 권영수 부회장의 '휴가 미션'

LG유플 최대10일 '리프레시'

업무 많은 통신업계 첫 실험

팀장·지점장 필수 선택에

팀원들도 장기휴가 가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사진제공=LG유플러스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사진제공=LG유플러스


올 여름 휴가기간 서울 용산 LG유플러스 본사에는 팀장(부장) 자리가 오래 비어 있는 게 종종 눈에 띈다. 이달 말까지 자리가 비어있는 부장도 있다. 수시로 쏟아지는 임원들의 지시에 비상 대기해야 하는 탓에 좀처럼 빌 새가 없는 부장 자리가 장기간 비어있다는 것 자체가 이색적이다.

이는 권영수(사진)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최근 부장들에게 한 지시 때문이다. 팀장(부장)과 지점장은 필수적으로 2주간의 장기 휴가를 내도록 한 것이다. 이동통신업계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장기휴가로, 올 초 ‘즐거운 직장팀’을 만들며 업무시간 외 카카오톡 금지 등 조직 문화에 변화를 쇄신해 온 LG유플러스가 새로운 변화를 이끌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기존에는 연중 5일을 연달아 사용하는 리프레시(Refresh) 휴가가 있었지만 신설된 리프레시 휴가는 이보다 긴 A형(8일), B형(10일)으로 나뉜다. 업무일 기준으로 주말을 포함하면 최대 16일까지 쉴 수 있다. 팀장·지점장의 경우에는 8∼10일의 장기휴가를 필수적으로 선택해야 하며 이를 쪼개서 사용하려면 해당 부서 담당(상무급)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팀원(사원∼차장)들도 장기 휴가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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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 측은 “주니어급은 연차 활용률이 높았지만 부장급 이상은 연차가 늘 쌓여 있었다”며 “충분한 휴식을 통해 일과 삶의 균형을 회복하고 소중한 사람들과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차원에서 장기휴가제를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놀 때 잘 노는 리더가 일도 잘 한다’는 권 부회장의 지론이 영향을 미쳤다. 처음에 2주에 달하는 휴가에 대해 부장들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자 권 부회장은 ”부장급에서 휴가를 가야 팀원들도 잘 쉴 수 있다“며 독려했다고 한다. 올해 처음으로 2주간 휴가를 다녀온 한 부장은 “예전에는 정신없이 짐을 싸서 해변이나 계곡으로 휴가를 가서 피곤하게 돌아오는 게 휴가였다”며 “여유있게 가족과 다양한 경험을 휴가기간에 해본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두산그룹을 비롯해 현대중공업, GS칼텍스 등 일부 제조사의 경우 여름에 장기 휴가를 허용하고 있지만 업무량이 많고 업무 회전이 빠른 통신업계에서 2주 휴가를 시도하는 건 사실상 처음이다. 이에 따라 권 부회장이 시작한 실험이 다른 회사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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