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시론] '프렌디' 문화 확산시키자

이명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

맞벌이에도 가사부담 남성의 5배

여성근로자 일·가정 양립 요원

아버지의 적극적 육아참여 이끈

북유럽 '프렌디' 문화 배워야



여성 인력 활용은 국가 발전과 경제 성장에서 중요한 한 축이다. 그동안 정부는 폭넓은 대책을 마련해왔고 여성고용률도 다소 증가했지만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는 데 여전히 애로사항이 많고 여성 근로자의 경우 일과 가정에서 양립하는 데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인의 근로시간은 연간 2,163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위다. 장시간 근로 문화로 밤 늦게 퇴근하는 여성 근로자들에게 일·가정 양립과 삶의 질 제고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임에도 여성의 가사 및 육아와 돌봄 부담이 남성의 5배에 달해 가사와 육아는 고스란히 여성의 몫으로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남성 위주의 경직된 조직 문화는 여성의 임신·출산·육아휴직 경험 대부분을 업무 평가나 승진에서 불이익으로까지 연결되게 한다. 우리 사회 워킹맘의 현실에서 일·가정의 양립이 요원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여성의 취업 의지는 약화하고 취업 후에도 여성의 경력단절은 불가피하게 된다. 실제로 최근 한국고용정보원 조사에 따르면 일하지 않는 30대 후반 여성 10명 중 9명이 과거 취업 경험이 있는 경력단절 여성이었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30~40대에 급격히 줄어들었다가 자녀가 성장한 시점부터 다시 증가하는 전형적 ‘M 커브’로 나타나는 이유다.

북유럽에서는 남성이 어린 자녀들과 시간을 보내며 육아에 전념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이들 국가에서는 지난 1980년대부터 자녀 양육에 대한 적극적인 아버지의 역할을 강조하는 한편 소위 ‘친구 같은 아빠(프렌디)’ 이미지를 부각시켜왔다. 또 양질의 공공 보육 서비스 제공, 남성 육아휴직 할당제, 현실적인 양육수당 지급 등과 같은 실효성 높은 정책들을 실천해오고 있다. 이는 자녀 양육에서 아버지의 역할을 사회·문화적으로 정착시킨 긍정적 사례다.


이처럼 업무 중심의 인사관리 시스템을 비롯해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 등의 유연근무제가 잘 정착돼 있는 북유럽 국가나 네덜란드·미국 같은 선진국의 여성고용률은 평균 70%다. 특히 스웨덴은 ‘부모의 일·가정 양립’이 가장 잘 유지되며 양성(性) 간 격차가 가장 낮은 나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가사와 육아에서 남성의 역할에 대한 인식을 재정립하고 프렌디를 넘어 ‘함께 노는 아빠(플대디)’ 문화를 확대한 결실이기도 하다. 스웨덴 남성들의 적극적인 육아 참여야 말로 일·가정을 현실적으로 양립시키기 위한 최고의 비책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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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도 일·가정 양립은 남녀 모두에게 중요하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양성평등 인식조사’에 따르면 여성은 4명 중 3명이 ‘취업 및 직장 문화가 남녀에게 불평등하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 여성은 ‘출산 및 결혼을 이유로 퇴직을 권유하는 것(23.4%)’을 꼽았다. 응답자들은 양성평등한 결혼생활을 위해 ‘남성이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 여성이 가사와 육아를 주로 책임지는 현재의 문화 개선이 가장 시급하다’고 답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확산하고 남성 육아휴직 확대, 대체인력 채용 등의 대책 마련에 박차를 가해왔다. 고용노동부의 ‘일家양득 캠페인’, 여가부의 ‘여성 인재 활용과 양성평등 태스크포스(TF) 구성’ 및 ‘가족친화인증제’ 등의 민관 협력 프로그램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더불어 시간선택제 일자리도 더욱 확산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는 근로자의 필요에 따라 전일제 근로자보다 짧게 일하면서 4대 보험 가입, 최저임금 등의 기본적 근로조건이 보장되고 임금이나 근로조건 등에서 불합리한 차별이나 불이익을 받지 않는 일자리다. 이 때문에 여성이나 맞벌이 부부가 가사나 육아 부담에서 벗어나 자신의 경력을 유지하고 일·가정 양립을 확산시켜나가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남성의 육아 참여와 일·가정 양립 문화의 진정한 정착을 위해서는 가정과 직장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공감을 바탕으로 한 성역할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점에서 북유럽 국가들이 성공적으로 정착시켜온 남성의 육아 참여 문화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가사와 육아의 분담은 일·가정의 균형적 양립을 위해 전제돼야 할 요소다. 일·가정 양립이 사회·문화적 차원에서 정착될 때 비로소 양성평등적 고용 문화의 정착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명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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