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가 최근 출시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F-페이스’에는 ‘액티비티 키’가 있다. 손목에 찰 수 있는 스마트 밴드 모양의 자동차 열쇠다. 야외 활동이 많은 젊은 남성들을 겨냥해 방수와 방진 기능이 있고 별도의 충전이 필요없다. 액티비티 키를 재규어 로고 ‘J’에 갖다 대면 차 문이 열린다.
아우디의 대형 세단 ‘A8’의 스마트키는 운전자의 체형을 기억한다. 운전자가 스마트 키를 가지고 타면 미리 설정해둔 시트 포지션을 맞춰준다. 보통 스마트키 2개가 제공되는데 각각 다른 시트 포지션을 설정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볼보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스마트 키를 대체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스마트폰이 스마트키가 되는 방식이다. 인증된 앱만 깔려 있으면 문을 열고 시동도 걸 수 있다.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차량의 각종 상태까지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르면 내년 상용화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기술이 발전하면서 키(열쇠)도 진화하고 있다. 10여년 전만 해도 열쇠를 꽂아 돌려서 문을 열고 시동을 걸었다. 이후 고급차에만 장착되던 스마트키가 대중화가 되면서 이제는 경차에도 스마트키를 이용할 수 있다. 자동차가 정보기술(IT)을 만나 스마트카가 되면서 키도 똑똑해진 것이다.
가장 앞선 기술을 보이는 곳은 BMW다. 신형 7시리즈에 적용된 ‘디스플레이 키’가 대표적이다. 디스플레이 키는 스마트키에 작은 상태창이 달려 있다. 이를 이용해 연료량을 체크 하고 문이 열렸는지, 창문 상태나 전후방 라이트가 제대로 꺼졌는지 등을 알 수 있다. 타이어 상태나 엔진오일·워셔액·브레이크 패드 등 차량 소모품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운전자가 차에 타지 않아도 주차를 할 수 있는 리모트 파킹(원격 주차) 기능도 있다. 국내에는 올 하반기 적용될 예정이다. 최대 50m 거리 밖에서도 차에 탈 시간에 맞춰 차량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운전석 중간 콘솔박스에 무선충전이 가능한 공간이 있어 다른 모바일 기기와 함께 디스플레이 키도 충전할 수 있다.
2009년 이후 출시된 아우디 차량의 스마트키는 ‘서비스 키’ 기능을 갖추고 있다. 서비스센터 방문 시 별도 기계에 키를 올려놓으면 차량 마일리지, 오일 레벨 등을 곧바로 확인할 수 있어 손쉽게 차량 상태를 진단할 수 있다.
스마트키의 형태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시계처럼 손목에 찰 수 있고 명함처럼 지갑에 넣어 다닐 수도 있다. 시계 형식 스마트키는 국내 업체 중 기아자동차가 지난 2014년 ‘K3 워치(시계)’를 선보이기도 했다. 일반 스마트키의 기능을 갖고 있다.
디자인 면에서 차별화된 스마트키도 등장했다. 제네시스의 대형 세단 ‘EQ900’과 ‘G80’이 대표적이다. 특히 EQ900은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도 창문을 여닫을 수 있어 더운 여름철 차량 온도 등을 쉽게 조절할 수 있다.
스마트키가 앱으로 대체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볼보는 스마트폰 앱으로 시동을 걸고 끄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내년 출시되는 차량에 적용될 것이란 전망이 나올 만큼 기술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다.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능을 활용해 스마트폰이 스마트키 역할을 하는 디지털 자동차키를 개발 중이다. 스마트키가 앱으로 대체되면 가족끼리 차량을 함께 타거나 혹은 차량 공유 시대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스마트키에 집중하는 이유는 기술력을 과시하겠다는 이유가 크다. 운전자와 늘 함께하는 스마트 최신 기술을 담아 차별화된 감성을 전달함으로써 만족도를 높이는 동시에 충성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자동차가 점점 하나의 거대한 컴퓨터가 되어가고 있는 점 역시 스마트키가 발전하는 이유다. 자동차가 똑똑해지는 만큼 스마트키의 기능도 확대되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스마트키로 대변되는 자동차 업체 간 기술 전쟁은 결국 스마트폰으로 종결될 것”이라며 “스마트키를 통해 갈수록 다양한 기능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