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투자의 전도사 존 리(사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10년 만기 폐쇄형으로 설정될 ‘메리츠베트남’에 올인했다. 500억원 미만의 저조한 투자금이 유치되면 펀드를 아예 깨버리겠다고 했다. 지난해의 메리츠의 수익률 저하를 베트남 투자를 통해 장기 가치투자의 저력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다.
존 리 대표는 22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500억원이 1조5,000억원으로 불어날 수 있다”며 “20, 30%를 버는 데 그치지 않고 5, 6배 벌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1,500억원은 다음달 12일 설정될 메리츠베트남 펀드의 설정액 최대 한도다. 메리츠는 베트남펀드를 최소 500억~최대 1,500억원 규모로 설정하고 베트남 주식·채권에 10년간 장기투자할 계획이다.
존 리 대표는 메리츠베트남의 모집 금액이 500억원에 미달할 경우 펀드 설정을 취소할 계획이다. 500억원으로는 투자도 쉽지 않고 의미 없는 금액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반대로 1,500억원을 초과하는 자금이 몰려도 추가로 시리즈 펀드를 설정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수년 후 베트남 시장의 상황에 따라 증자는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 존 리 대표의 설명이다.
존 리 대표는 “베트남 펀드는 폐쇄형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예를 들어 수익률 6%짜리 베트남 채권을 사서 만기까지 보유하려는데 중간에 환매가 일어나면 투자 전략에 방해가 된다”고 설명했다. 시장 상황에 연연하지 않고 뚝심을 지키겠다는 의지다. 이는 존 리가 미국 월가에서 지난 1984년 설정해 수십 배의 수익을 거둔 ‘코리아펀드’의 전략과도 같다.
존 리 대표는 메리츠베트남의 또 다른 강점으로 수수료를 꼽았다. 2%의 선취수수료를 내고 나면 10년 동안 연 0.96%의 운용보수만 떼어가기로 했다. 존 리 대표는 “판매사들은 싫어하겠지만 투자자들에게는 가장 유리한 펀드”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10년 동안 5~6%의 이자·배당소득이 지급된다.
그는 베트남 펀드에 메리츠자산운용의 자금 5억원과 본인 및 직원들의 투자금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펀드는 메리츠종금·동부·미래에셋·유진·한국투자·현대증권에서 판매된다. 희망금액이 모이면 오는 12월 거래소에 상장해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