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세계무역액 6년만에 최저...한국 수출 한단계 밀려 7위로

■WTO 상반기 보고서

원자재값 하락·경기침체에

무역액 71개국중 75%가 뚝

수출 감소폭 러시아 29% 최대

한국도 1년새 9.9% 줄어 2배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과 글로벌 경기 둔화가 맞물리면서 올 상반기 세계 무역액이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수출액도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수출액 순위가 7위로 한 단계 밀렸다.

22일(현지시간)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세계 주요 71개국 무역액은 14조4,250억달러(약 1경6,254조원)로 전년 대비 5.4% 줄었다. 이는 금융위기의 여진이 한창이던 지난 2010년 상반기(13조3,600억달러) 이후 가장 적은 규모다. 세계 상반기 무역액은 2014년 17조2,760억달러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 상반기에는 전년 대비 11.7% 급감한 데 이어 올해 또다시 감소했다. 71개국 가운데 무역액이 줄어든 국가의 비율은 4분의3에 달했다.

상반기 수출이 가장 많이 줄어든 국가는 원유 수출 비중이 높은 러시아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3% 줄었고 노르웨이가 -22.5%로 뒤를 이었다. 두 나라를 제외하면 아시아 국가의 수출 감소가 두드러졌다. 상반기 아시아 국가의 수출액 감소율은 6.5%로 지난해 같은 기간(-6.0%)보다 확대됐고 세계 전체 수출액 감소폭(5.1%)도 웃돌았다. 국가별로는 인도네시아의 수출 감소율이 11.3%로 가장 컸고 말레이시아(-10.2%), 싱가포르(-10.0%), 한국(-9.9%), 대만(-9.1%)이 뒤를 이었다. 중국의 수출액도 7.7% 줄어 감소세로 전환됐다.


특히 한국의 수출액 감소율은 지난해 상반기 5%에 비해 두 배 가까이 확대된 것이다. 중국의 성장률 하락으로 중국으로의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도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 여파로 한국의 수출액은 2,418억달러로 프랑스(2,545억달러)에 밀리면서 지난해 6위에서 올해 7위로 떨어졌다.

관련기사





심각한 것은 최근 1년간 수출 경쟁국인 일본의 엔화 강세에 따른 상대적인 가격경쟁력 제고에도 수출 감소폭이 확대됐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100엔당 917원15전이던 원·엔 재정 환율은 올해 6월 말 100엔당 1,132원15전으로 올랐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등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으로 안전자산인 엔화에 대한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 하반기 들어 원화 강세 등으로 한국의 수출 환경은 더 악화하는 추세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달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116원93전으로 전달보다 2.64% 올라 조사대상 27개국 가운데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미국과 일본의 실질실효환율 상승률은 각각 0.7%, 1.68%에 그쳤다. 실질실효환율은 세계 각국의 물가와 교역 비중을 고려해 통화의 실질적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다. 브렉시트 충격 완화와 국가신용등급 상승 등으로 위험기피 현상이 완화되면서 신흥국으로의 자본유입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상위권 국가들의 수출액 순위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중국은 수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출 세계 1위(9,842억달러)를 유지했으며 미국(7,112억달러), 독일(6,747억달러), 일본(3,093억달러), 네덜란드(2,778억달러)가 뒤를 이었다. 한국무역협회는 “세계 경제가 저성장세로 접어든 가운데 세계의 성장엔진인 중국의 무역이 급감하고 유가가 떨어지면서 원자재 수출이 많은 신흥국 경제가 어려워졌다”면서 “한국은 자동차·선박 등 경기민감품목의 수출이 많아 타격이 더 컸다”고 분석했다.

김능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 태그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