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바이오는 잘나가는데 의료기기 어쩌나…삼성의 고민

해외 사업 부진에 작년 이어 상반기 매출·이익 감소

동물진단기기 등 신사업 노크·해외영업망 정리 진행



전동수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장 겸 삼성메디슨 대표는 지난 3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열린 ‘스타트업 삼성, 컬처 혁신선포식’에 참석해 “이른 시일 내 의료기기사업부의 경영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삼성 안팎에서는 지난해 269억원의 적자를 낸 삼성메디슨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올해 절반이 지난 현재 삼성메디슨의 성적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더 줄면서 적자폭은 더 커진 것이다.


지난해 11월 상업가동을 시작한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은 1년도 안 돼 올 상반기 약 2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바이오시밀러(복제약)의 경우 올 초부터 줄줄이 유럽과 미국 시장을 노크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의료기기사업 분야의 성적은 상대적으로 더 아쉽다는 게 그룹 내부의 평가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메디슨은 올 상반기 매출액 1,194억원에 18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상반기 매출 1,393억원에 영업손실 81억원과 비교하면 매출과 이익이 모두 쪼그라드는 좋지 않은 결과를 냈다.


삼성의 한 고위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앞으로 바이오와 의료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의료기기의 경우 시장이 다소 보수적이고 한 번에 시장 매출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다”며 “매출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내는데 해외 실적이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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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삼성메디슨은 신사업 개척과 사업 효율화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삼성메디슨은 개와 고양이·말의 혈액으로 심장질환 같은 질병을 진단하는 동물진단기기 시장 개척에 힘을 쏟으면서 최근에는 딥러닝 기술을 적용한 초음파 진단기기를 출시했다.

해외영업망도 정리하고 있다. 한때 10개가 넘었던 삼성메디슨의 해외영업망은 현재 인도사업법인 하나만 남았다. 삼성전자의 해외영업망을 같이 써 비용을 줄이고 마케팅 효과를 더 높이겠다는 의도다.

업계에서는 삼성메디슨에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기술확보를 통해 프리미엄급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2011년 삼성의 메디슨 인수 이후 핵심 기술 개발이 더뎌졌다는 얘기도 있다. 삼성메디슨은 지난해 269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후 계속 적자의 늪에 빠져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틈만 나면 삼성전자와의 합병이나 매각설이 불거지고 있다.

삼성에 밝은 한 소식통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해결사’ 전동수 전 SDS 사장이 의료기기 사업과 삼성메디슨을 담당하게 되면서 대대적인 혁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경영안정화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기틀을 시급히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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