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나갔던 DNA는 영속할 것입니다.”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가 ‘카카오’와 ‘다음’ 통합 뒤 사명이 다음카카오에서 카카오로 바뀐 지난해 9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이다. 그의 말처럼 다음 DNA는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으로 수혈돼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에서 활약했던 정보기술(IT) 인력들이 스타트업을 창업해 IT업계 최전선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음 1세대 출신들은 국내에 새로운 인터넷 문화를 만든다는 자부심이 있었다”며 “당시 이 창업자가 도덕성과 페어플레이·도전정신을 강조했는데 이들도 잇따라 스타트업을 창업하며 창업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우선 이 창업자는 지난 2008년 다음 경영에서 손을 떼고 소셜벤처 인큐베이터 ‘소풍’을 설립했다. 1995년 다음을 설립했던 그는 포털 시대를 연 주역 중 하나로 한메일·다음카페·다음웹툰 등 서비스를 내놓았으나 네이버에 밀렸다. 이후 소풍을 통해 차량공유 업체 ‘쏘카’, 크라우드펀딩사 ‘텀블벅’, 친환경 의류제작사 ‘오르그닷’, 강연 등 지식공유 기업 ‘위즈돔’ 등 스타트업에 투자해왔다.
쏘카의 창업자인 김지만 전 대표는 2004~2007년 다음 본사의 제주 이전을 지원하기 위해 현지에 근무하다가 대중교통이 불편해 주차장에 많은 차가 세워져 있는 것을 보고 차량공유 사업을 떠올렸다. 2012년 말 제주에서 시작해 현재 등록차량만 5,000대를 넘었다. 최근에는 쏘카에서 나와 카풀 중개 서비스 ‘풀러스’를 출시했다. 김 전 대표는 “쏘카가 성공한 뒤 자동차도 클라우드 서버처럼 소유하지 않아도 필요할 때 사용하는 게 가능할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현재 쏘카를 경영하는 이재용 대표도 2012년부터 다음에서 비즈니스그룹 부사장, 카카오 O2O TF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다음카페를 만들었던 민윤정 코노랩스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먼저 인정받았다. 1995년 다음에 일곱 번째로 입사한 그는 사내벤처를 육성하고 발굴하던 ‘NIS(Next Incubation Studio)’를 이끌다가 2014년 창업했다. 인공지능 기반의 모바일 일정관리 애플리케이션으로 약속을 입력하면 위치·시간·교통상황을 분석해 장소를 추천하고 출발시간을 알려준다. 지난해 미국 액셀러레이터인 500스타트업으로부터 10만달러(약 1억1,000만원)를 투자받았다.
자동차 외장수리와 고급 리뉴얼 서비스 앱 업체인 ‘카닥’의 이준노 대표는 2012년 다음 사내 벤처를 하다가 2014년 독립했다. 지난해에는 카카오에 지분 70%를 넘기며 대규모 투자를 받았다. 최근 프리미엄 차량 리뉴얼 서비스 ‘카닥워시’를 출시한 데 이어 9월부터는 보험료 할증 없이 카닥의 할인쿠폰으로 저렴하게 보험 수리를 받는 서비스도 내놓는다. 엔진오일, 타이어, 정비용 부품 등 판매에도 나선다. 이 대표는 “이스라엘·일본·호주·터키 등에서도 투자 및 현지 진출 제안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다음소프트의 김경서 창업자는 다음 선임연구원으로 검색엔진 개발 등을 하다가 2000년 독립했다. 빅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 관련 서비스를 개발하다 현재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연수 중이다.
다음 로컬비즈니스본부장 출신의 이상혁씨는 2013년 옐로모바일을 세우고 ‘벤처 얼라이언스(연합)’이라는 새로운 모델로 벤처 생태계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