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포춘 500 ¦ 몬산토는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

비밀의 정원 몬산토 직원 에드 피셔가 미주리 주 체스터필드에 위치한 회사 R&D 시설의 한 재배실에서 대두를 점검하고 있다.비밀의 정원 몬산토 직원 에드 피셔가 미주리 주 체스터필드에 위치한 회사 R&D 시설의 한 재배실에서 대두를 점검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비난 받는 기업이자, 이제는 인수대상이 된 몬산토가 지구촌 모두를 먹여 살릴 계획을 내놓았다. 과연 몬산토의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

몬산토 기업 프로파일
RANK 198
매출:
150억 달러
이익: 23억 달러
직원 수: 2만 4,000명
총 주주 수익률: (2005~2015년 연평균) 11.3%


모든 일의 시발점은 흑기러기였다. 2008년 미국 지리학 협회(National Geographic Society)와 몇몇 단체가 12명의 기업 경영자, 세계 지도자 및 과학자들을 북극의 개인 보트 여행에 초청했다. 탑승객 중에는 구글 공동창립자 래리 페이지 Larry Page, 이베이 CEO 출신으로 현재 HP CEO를 맡고 있는 멕 휘트먼 Meg Whitman, 그리고 전 국무장관 매들린 올브라이트 Madeleine Albright도 끼여 있었다. 미국 전 대통령 지미 카터 Jimmy Carter와 CNN 창립자인 억만장자 테드 터너 Ted Turner 역시 그 자리에 참석했다. 탑승객들은 동식물과 녹고 있는 부빙군(浮氷群)을 탐사하기 위해 매일 조디악 고무보트를 타고 물살을 헤쳐나갔다. 이들이 스발바르 Svalbard 제도에 도착했을 때, 일부는 얼음장처럼 찬 바다로 뛰어들었다. 세계 최대 곡물 종자업체 몬산토 CEO 겸 회장 휴 그랜트 Hugh Grant는 “그건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역시 바다로 뛰어든 바보 중 한 명이었다.

그랜트는 노르웨이와 북극 사이에서 흑기러기와 백기러기의 서식처를 목격했다. 이 기러기들은 그랜트의 고향인 스코틀랜드에서 겨울을 나고, 정확히 5월이면 이곳에 도착한다. 보통 기러기들이 도착할 때 쯤이면 스발바르 군도의 눈이 녹고 풀이 자라기 시작한다. 긴 여정을 끝낸 기러기들이 포식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북극 온도가 상승, 풀이 자라는 시기가 불규칙해지면서 기러기들의 먹이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올해 58세인 그랜트는 확실한 데이터와 통계학적인 정확도를 선호하는 사람이다. 학부 시절 그는 곤충학과 분자생물학을 전공했으며, 그 후 농업과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해수온도 상승에 대한학계 보고서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직접 흑기러기를 눈앞에서 바라보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그랜트는 “기후변화를 경고하는 수 많은 보고서들을 읽지 않아도 그것이 너무나 명백한 사실임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여정 후에 그랜트가 이끄는 몬산토는 기후 변화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포춘 500대 기업군에 합류했다. 또 지난해에는 2021년까지 탄소 중립 기업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몬산토의 연 매출 150억 달러가 땅에서 재배하는 작물에서 나오고 있음을 고려하면, 이 기업이 기후 변화에 대해 우려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몬산토를 비난하는 많은 이들은 이 기업의 새 계획이 악랄한 돈벌이 전략의 또 다른 증거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몬산토의 유전자 조작 종자 생산을 반대하는 많은 환경론자들은 “탄소중립 기업이 되겠다는 약속은 ‘환경세탁(greenwashing)’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탄소중립 기업이라는 약속을 내세워 지구를 지속적으로 오염시키고 있는 자신들의 사업을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몬산토는 세계 최대의 유전자 조작 종자 생산기업이다. 미국 곡창지대 콘벨트 Cornbelt (*역주: 아이오와주와 내브래스카, 일리노이, 미네소타, 인디애나주로 이어지는 중서부의 옥수수 재배지역) 지역의 농부들조차 몬산토를 향해 “기후변화가 일정 부분 인재(人災)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정부와 환경운동가의 압박에 굴복하고 있다”고 비난을 퍼붓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이 기업의 가장 오래된 고객이기도 하다.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겠다는 다소 자비로운 약속을 내세운 것이, 오히려 모든 이의 분노를 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미주리 주 크리브 쾨르 Creve Coeur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이 기업에겐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종자에서 줄기까지 (위에서부터): 한 몬산토 연구원이 유전자 조작 옥수수가 서남부 지역에서 재배되는 옥수수에 구멍을 내는 해충에 견디고 있는지 샘플 테스트를 하고 있다; 일리노이 주 에드워즈빌 근처 힙키 농장에 심은 옥수수 묘목; 미주리 주 몬산토 R&D 시설에서 옥수수를 검사하고 있다종자에서 줄기까지 (위에서부터): 한 몬산토 연구원이 유전자 조작 옥수수가 서남부 지역에서 재배되는 옥수수에 구멍을 내는 해충에 견디고 있는지 샘플 테스트를 하고 있다; 일리노이 주 에드워즈빌 근처 힙키 농장에 심은 옥수수 묘목; 미주리 주 몬산토 R&D 시설에서 옥수수를 검사하고 있다


솔직히 한번 얘기해보자. 몬산토는 분명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비난을 받고 있는 기업임에 틀림없다. 완고한 비판자들에게 이 기업은 대규모 산업식 농업의 문제점, 즉 농업의 기업화, 소자작농의 감소, 과도한 화학 약품 사용, 투명성 부족, 그리고 유전자 조작 생물의 식량 공급망 침입을 상징하는 악마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순진한 학생부터 순수 유기농 제품을 구매하는 이들까지 수백 만 명에게 GMO(유전자조작 생물)라는 세 글자 약칭은 이젠 욕설을 유발하는 단어(a four-letter word · Fuck)가 되고 있다. 수십 년 전, 당시 작은 화학기업이었던 몬산토는 베트남 전쟁에 사용된 강력한 고엽제 에이전트 오렌지 Agent Orange를 생산한 바 있다. 후에 이 고엽제는 신체 노출 시 암 및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몬산토를 포함한 몇몇 기업은 현재는 생산이 금지된 살충제 DDT를 생산했으며, 환경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는 기능성 화학제 PCBs도 제조한 바 있다.

기업에 악명을 씌우는 일은 아무도 모르게, 때로는 조금 우스운 방법으로 행해졌다. 최소 6편의 다큐멘터리가 제작됐으며, 제목은 ‘종자 공포(Seeding Fear)’부터 ‘죽음의 종자(Seeds of Death)’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몬산토는 다소 기이한 음모론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민간 군사기업 블랙워터 Blackwater를 인수했다거나, 전 세계 곳곳에 GMO 제품을 비축했다거나, 본사 카페테리아에선 유기농 제품만 제공한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몬산토와 이 기업의 ‘바이오기술 마피아’ 심복들이 방해공작을 벌여 멕시칸 푸드 전문점 치폴레 Chipotle의 식품안전성 문제를 일으켰다는 얘기부터 소두증의 원인이 지카 바이러스가 아닌 몬산토라는 얘기까지 다양한 소문이 있었다. 공식적으로 몬산토는 이 모든 소문을 부인했다. CLSA 아메리카스 CLSA Americas의 애널리스트 마크 코널리 Mark Connelly는 “더 이상 사람들이 몬산토에 대해 적대감을 느낄 수 없을 정도”라고 이 회사의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15년간 몬산토와 이 기업을 둘러싼 여러 억측들을 분석해왔다.

이제 다소 도발적인 질문 하나를 던져보자. 지구상에서 가장 비난 받는 기업이 과연 지구를 먹여 살릴 수 있을까?

간략하게 말하면 그것이 바로 몬산토가 지향하는 목표다. 코널리는 “몬산토는 자신들이 지구를 먹여 살릴 수 있고, 그 외에 다른 좋은 방법은 없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지나친 확신에 눈이 멀어 그 취지를 대중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UN 식량농업기구(United Nations’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는 ‘식량 생산을 두 배로 늘려야 2050년이면 97억 명에 달할 지구촌 사람들에게 충분히 식량을 공급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물 부족 문제 때문에 토지 사용 면적은 줄이면서도 더 적은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 또 기후 변화가 날씨 패턴을 완전히 바꿔 놓고 있는 상황, 증가하는 중산층 인구가 그 지위에 부응하는 식습관을 추구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 모든 것을 달성해야 한다. 그랜트는 “해결하려면 몇 세대가 걸리는 복잡한 문제” 라고 말했다.

농부 제프 힙키가 가족 농장에서 첨단 재배시설을 체크하고 있다.농부 제프 힙키가 가족 농장에서 첨단 재배시설을 체크하고 있다.


NASA 연구진은 올해 사상 최악의 무더위가 닥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3년 연속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지역에 따라, 농부들은 심한 폭우와 지속되는 가뭄, 해충 · 병균과 씨름하게 될 것이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The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기후변화로 인해 이미 전 세계적으로 10년마다 곡물수확량 평균 성장률이 2.5%까지 감소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 문제의 시급성이 극에 달한 지역도 있다. 일례로, 아프리카 일대는 이미 심각한 식량난에 처해 있다. 미 농무부 장관 톰 빌색 Tom Vilsack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생산성을 엄청난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 했다. ‘세계의 곳간’이라 불리는 미국조차 생산성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빌색이 살아오는 동안, 미국은 26% 더 적은 농경지를 활용하면서도 생산성을 170%나 향상시킨 바 있다. 그러나 그는 “선진 농업 경제국들은 향후 25년 간 과거와 같은 발전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큰 변화가 없는 한 그렇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과거 몬산토는 종자 기술의 진보를 통해서만 수확량을 늘리려고 해왔다. 그랜트는 이를 ‘자만심’이라고 불렀다. 그는 “20년 전, 우리는 바이오 기술이 만병통치약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기업은 지난 5년 동안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종자 그 이상을 내다보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일련의 계약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몬산토는 지난 2013년 기상 데이터 벤처기업 클라이밋 Climate을 약 9억 3,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같은 해 세계 최대 효소생산업체인 덴마크 기업 노보자임스 Novozymes와 제휴를 맺기도 했다. 이를 통해 몬산토는 미생물군 유전체(microbiomes), 즉 식물 내 · 외부에 사는 미생물을 활용해 작물수확량을 늘리고자 했다. 작년에는 살충제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경쟁사인 스위스 다국적 농업기업 신젠타 Syngenta를 인수하려다 실패로 돌아가기도 했다. 신젠타는 중국 국영기업 중국화공(ChemChina)과 인수합병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이제는 몬산토 자신이 인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독일 제약회사이자 화학약품 기업인 바이엘 Bayer은 지난 5월 현금 620억 달러에 몬산토를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이 사실이 공개적으로 알려지자, 몬산토는 바이엘의 제안이 ‘불충분하며 재정적으로도 부적절하다’고 거절했다. 그러나 추가적으로 논의할 여지는 남겼다. 이 계약의 성립 여부와 관계없이, 몬산토는 10년 후 또 다른 기업이 돼 있을 것이다. 1901년 화학약품 제조업체로 창업한 몬산토는 바이오 기술기업으로 변신한 후 종자기업이 됐고, 이제는 또 다른 변신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는 데이터 기업으로의 전환을 꿈꾸고 있다. 그랜트는 이에 대해 “궁극적으론 데이터 과학이 화학과 생물학을 이어주는 접착제이자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몬산토 데이터 과학센터를 총괄하는 에릭 안드레이코 Erik Andrejko는 기업의 새 임무를 간략하게 제시하고 있다. 그는 “수학을 통해 전 세계 식량 공급 문제를 해결하는 것” 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버지니아 주 찰스 시티에 거주하는 농부 데이비드 훌라 David Hula는 1에이커의 밭에서 532 부셸의 옥수수를 생산해 미국옥수수 생산자협회(National Corn Growers Association)가 개최하는 연간 수확량 콘테스트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2015년 전국 평균을 3배 이상 앞지르며 세계 신기록을 세운 것이었다. 훌라는 몬산토의 최대 경쟁업체인 듀폰트 DuPont의 파이오니어 Pioneer 종자를 사용했다. 그러나 이 행사는 단순히 어떤 종자를 사용했느냐를 자랑하는 것에 그치는 대회가 아니었다. 농업 과학에서 주도권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시험대였다. 몬산토 입장에서도 중요한 건 더 이상 종자가 아니었다.




몬산토 회장 겸 CEO 휴 그랜트가 회사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사진은 세인트 루이스의 몬산토 본사 건물 밖에서 촬영됐다).몬산토 회장 겸 CEO 휴 그랜트가 회사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사진은 세인트 루이스의 몬산토 본사 건물 밖에서 촬영됐다).


훌라는 최다 수확량을 거두기 위해 모든 것에 완벽을 기해야 했다. 일정한 간격의 고랑을 두고 작물을 심었고, 미생물이 건강하게 유지되는데 필요한 흙 상태를 정확하게 유지했으며, 가장 최적의 시기에 적당량의 질소 비료를 사용했다. 이렇듯 농부들은 계절마다 약 40가지의 결정을 해야 한다. 과거에는 주로 관습과 경험을 통해 결정했지만, 이제는 데이터의 도움을 점점 더 많이 받고 있다. 과거 몬산토의 사업은 단순히 몇 가지 변수만 고려하면 됐다. 기업 매출 150억 달러 중 3분의 2가 종자 판매와 해충에 강한 유전자 조작 작물 판매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나머지 3분의 1도 주로 라운드업 Roundup 같은 제초제 판매에서 나왔다.

전문가들은 “우량 종자가 연간 옥수수 수확량을 1% 이상 상승시켰다”고 설명하고 있다. 생물학자들이 서로 더 가까운 거리에서도 자랄 수 있는 옥수수 종자를 개발한 것이 한 가지 예라 할 수 있다. 이는 1에이커 당 더 많은 옥수수를 재배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럼에도 연간 성장률은 낮아 미국 평균은 2020년까지 에이커 당 200부셸을 밑돌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훌라의 놀라운 수확량보다 훨씬 낮으며, 세계 인구에 공급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양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깨달음은 결국 몬산토의 클라이밋 인수로 이어졌다. 기후를 뜻하는 이 샌프란시스코 신생기업은 기상 데이터뿐만 아니라 알고리듬도 구축하고 있다. 클라이밋은 이를 통해 유전학이 어떻게 농부들의 경작방식, 자연환경-그랜트는 “무시무시하고 통제불가능한 변수”라고 말했다-과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파악하려 하고 있다. 모든 정보를 모아 대부분의 ‘빅데이터’가 달성하지 못하는 성과를 얻으려는 게 목적이다: 사람들이 상황에 따라 행동할 수 있도록 지식을 구축하는 것이다. 클라이밋의 목표는 농부들에게 올해 봄 비가 많이 올 것이라고 막연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각자의 경작방식에 기반해 강수량이 많은 봄에는 제곱 미터당 질소 비료를 얼마나 사용해야 하는지 알려주려는 것이다.

클라이밋의 알고리듬은 미국 수백만 에이커의 농경지에서 얻은 위성 데이터, 기상, 실제 실험, 농부에게서 얻은 정보, 토양 지도 및 수확량 데이터를 분석해 구축됐다. 몬산토가 (클라이밋 인수로) 갑자기 새로운 문제 해결 도구를 얻게 된 셈이다.

몬산토가 클라이밋의 창업주 데이비드 프리드버그 David Friedberg에게 설립한 지 7년 된 그의 기업을 인수하겠다고 제안하자, 구글 출신이자 평생 채식주의자로 살아온 프리드버그는 처음엔 다소 경계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인수합병이 발표되자 그는 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많은 직원들이 ‘세계에서 가장 사악한 기업에서 근무하기를 원하느냐?’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가족이나 다른 구인 기업으로부터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의 아버지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프리드버그는 지난 1월 CEO에서 상임 고문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그는 몬산토가 가진 식물학 지식과 클라이밋의 광대한 데이터 분석기술을 결합하면, 실제로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몬산토의 잠재적 시장 역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이 기업의 종자 산업을 생각해 보자. 몬산토는 유전자 조작 종자 및 기타 종자를 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전자 조작 기술-잡초 제거제에 내성을 가진 목화를 만드는 기술 등-에 대한 라이선스를 경쟁사에 판매하고 있다. 그 결과 전 세계 4억 에이커에 달하는 농지에 몬산토 종자가 뿌려지고 있다. 그러나 그 광대한 농토도 UN이 현재 경작지로 추산하고 있는 40억 에이커에 비하면 일부에 불과하다. 클라이밋의 기술책임자 마크 영 Mark Young은 몬산토가 종자 기업에 머문다면, 10 억 에이커까지 그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그는 “그러나 (농부들의) 결정을 돕는 기업으로선 전망이 정말 밝아 보인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이렇다. 몬산토는 포도 종자를 팔지 않지만, 언젠가 포도 재배업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수확량을 늘릴지 조언을 제공할 수는 있을 것이다.


사실 몬산토는 변신을 할 수 밖에 없다. 지난 3년 간(바이엘이 지난 5월 인수 제안을 발표하기 전까지), 이 기업의 주가는 6% 이상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S&P 500 지수는 23% 상승했다. 회사 주가는 바이엘의 인수 제안 소식에 일시적으로 올랐다. 그러나 주가 110달러는 여전히 2014년 6월 최고치보다 13%나 낮은 수준이다. 게다가 수확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원자재 가격도 폭락했다. 이에 따라 소득이 줄어든 농부들이 지갑을 닫아 버렸다. 몬산토가 2016 회계연도 실적 목표치를 하향 조정한 이유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는 몬산토 만이 겪는 어려움은 아니다. 농업 산업이 전반적으로 침체를 겪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합병을 앞둔 다우와 듀폰트처럼 구조조정과 합병을 단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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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산토의 빅데이터 시도는 매출 측면에서 지금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이런 노력이 세계 식량공급 성장에 있어 최적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 여기고 있다. 그러나 고질적인 걸림돌이 이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몬산토의 사업 동기에 대한 의심과 평판 흠집내기로, 도저히 떨쳐낼 수 없는 문제들이다. 미시간 주립대학의 식품 철학과 교수 폴 톰프슨 Paul Thompson은 “더 효율적인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몬산토는 많은 정보를 활용할 것이다. 그러나 한 기업이 그렇게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는 것은 우려할 만한 점”이라고 지적했다.






꿀벌 이야기를 예로 들어보자. 2011년 몬산토는 비올로직스 Beeologics라는 신생기업을 인수했다. 이 기업은 벌 군집의 붕괴 현상을 야기하는 이스라엘의 급성마비 바이러스로부터 벌들을 보호하고자 노력했다. 비올로직스는 ‘RNA 간섭’이라 불리는 기술을 통해 그 해결책을 모색했다. RNA 간섭은 연구자들이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도록 하는 것이다. 비올로직스는 이를 통해 바이러스는 파괴하면서도 벌은 영향을 받지 않기를 기대했다. 몬산토는 벌보다는 RNAi 기술에 관심이 있었다. 이 기술을 앞세워 곡물뿌리 벌레나 다른 해충에 내성이 있는 옥수수를 개발하려 했다. 그럼에도 몬산토는 연간 1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꿀벌 보호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비올로직스의 인수가 공개되자 인터넷에서 성난 여론이 들끓었다. 일부는 몬산토가 이 신생기업을 인수해 벌의 군집 붕괴 현상을 막는 데 사용되는 해충제를 다른 목적으로 전용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벌을 해치는 살충제 생산기업이 벌을 구하려는 착한 기업인척 한다거나, 여우(몬산토)가 닭장(비올로직스)을 사들였다는 헤드라인이 뉴스를 장식했다. 몬산토는 문제의 해충제를 생산한 적이 없었지만, 일부 종자에 사용을 하고는 있었다.

이런 반응 때문에 플로리다 농림부 양봉 총감독관 제리 헤이스 Jerry Hayes는 지난 2012년 몬산토로부터 자사의 벌 보호계획 운영을 맡아달라고 요청 받았을 때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헤이스는 “모든 이들이 몬산토에 적대적이어서 결정을 내리기까지 두 세달 정도 걸렸다. 나 역시 다른 이들과 비슷한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회사에 합류한 직후, 헤이스는 한 업계 모임에서 다스 베이더 Darth Vader의 라이트 세이버 (*역주: 다스베이더는 영화 스타워즈의 악당이고, 라이트 세이버는 영화에 등장하는 가상의 무기다) 모형을 선물 받기도 했다.

몬산토가 악의 세력을 대표한다고 해도, 초목이 무성한 세인트 루이스 교외 본사에서 악당 우두머리인 시스 로드 Sith Lords를 찾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랜트는 스스로를 “정말 흔치 않은 스코틀랜드 출신 낙천주의자”로 묘사하곤 하는데, 그는 매우 온화한 인상을 가진 유쾌한 인물이다. 그는 2013년 CEO에 올랐다. 몬산토에서 35년 잔뼈가 굵은 그는 난초 재배에 매우 열정적이다. 싱가포르에서 4년 간 근무하는 동안 난초에 대한 사랑을 키웠다. 봄이면 대부분의 주말을 집에서 개인 정원을 가꾸며 보내고 있다. 키는 6피트 정도에 곰같이 큰 덩치를 갖고 있다. 그는 “관리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몸매”라고 농담을 던지곤 했다.

지난 4월 그랜트와 필자는 회사 양봉장을 찾았다. 이 스코틀랜드 출신 남성은 방충복을 입었어도 아주 젠틀해 보였다. 헤이스는 여왕벌을 찾아내 그의 상사에게 알려주었다. 그러자 그는 학생처럼 기뻐하며 “정말 멋지다. 진짜 기분 좋은 날”이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론상 RNAi는 꿀벌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마치 전세계의 식량 수확량을 확실히 늘려줄 것처럼 보이는 다른 기술들처럼 말이다. 그러나 모든 기술이 환영을 받지는 못할 것이다. 많은 과학자들과 식물학자들은 “소비자들은 삶의 상당 부분에서 기술을 수용해 왔다. 그러나 그 대상이 식품이 되면 바로 거부감을 드러냈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몬산토 최고기술책임자 롭 프랠리 Robb Fraley는 “병원에서 1950년대 복용했던 약을 달라고 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본적이 없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농업 분야에선 예전 방식이 낫다는 전제조건을 더 믿는 것 같다” 고 지적했다.

GMO 비판론자들에게 논점은 과학이 아니다. 지난 5월 미국국립과학 아카데미(National Academy of Sciences · NAS)는 2년간 작성해온 철저한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NAS는 이 보고서에서 ‘일반 작물을 섭취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GMO를 먹는 것이 인체에 더 높은 위험을 끼친다는 증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GMO 비판론자들은 이를 믿지 않는다. 이들은 몬산토가 주장하는 ‘전 세계 식량 공급’이라는 계획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들은 “GMO 찬성 쪽으로 어젠다를 밀어 붙이기 위해 위기의식을 조성하려는 기업 전략에 불과하다”고 비난하고 있다. 미시간 주립대학 교수 톰프슨은 식량 수요 예측치를 언급하며 “약간 과장된 점이 있다. 많은 작물들이 연료나 사료에 사용된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지나치게 높은 통계치를 기반으로 예측치를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엘니뇨로 알려진 기후 현상은 지난 수십 년 가운데 올해가 가장 극심했다. 콘벨트 지역은 1895년 처음 기온을 측정한 이후 가장 따뜻하고 습한 겨울을 겪었다. 엘니뇨의 제트 기류 탓에 로키 산맥 동부 기온이 평상시보다 3도에서 10도 정도 높아졌으며, 겨울의 기록적 강우량으로 인해 토양의 질소도 고갈됐다. 그 결과 이 질소의 일부가 아산화질소 형태로 대기에 방출되고 있다. 아산화질소는 온실 효과에 미치는 영향이 이산화탄소의 300배나 되는 온실가스다. 토양에 흡수되지 못하면 질소는 수로를 따라 흘러내려가 멕시코만의 데드존 같은 ‘빈산소 지역(hypoxic areas)’ 을 형성하는데 일조하게 된다.




양봉 견습생: 알렉스 인버그가 미주리 주 체스터필드에 위치한 연구 센터에서 벌집을 점검하고 있다.양봉 견습생: 알렉스 인버그가 미주리 주 체스터필드에 위치한 연구 센터에서 벌집을 점검하고 있다.


힙키 Heepke가의 삼형제 로스 Ross, 데니스 Dennis, 제프 Jeff는 일리노이 주 매디슨 카운티와 그 주변에 위치한 4,500에이커의 밭에서 콩, 옥수수, 서양고추냉이를 재배하고 있다. 이들은 몬산토의 클라이밋이 제공하는 니트로겐 어드바이저 Nitrogen Advisor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몬산토는 비료를 판매하지 않는다). 지난 4월 클라이밋이 자체 개발한 알고리듬이 힙키 형제의 밭에서 다량의 데이터를 분석해 질소 수치를 찾아냈다. 로스가 옥수수 밭 중 한 곳을 체크하기 위해 로그인 하자, 이 서비스는 약 40 유닛의 질소가 부족하다는 정보를 그에게 알려주었다.

모니터가 알려주지 못한 (혹은 알려 줄 수 없는) 사실이 한 가지 더 있다. 이런 일부 정보가 힙키 형제뿐만 아니라 몬산토에도 과제를 남겼다는 점이다. 데이터의 중요성이 높아진 만큼, 재정적인 고려 역시 커졌다. 힙키 형제가 부셸 당 3.5달러라는 낮은 옥수수 가격으로 추가되는 비료 비용을 메울 수 있는지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제프는 “(비용 대비 효과를 따지는) 경제학은 항상 농업경영학을 이기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BMO 캐피털 마켓 BMO Capital Markets의 애널리스트 조엘 잭슨 Joel Jackson은 몬산토의 빅데이터 추구에 대해 “홈런이 되거나 실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업 모델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낮은 작물가격이 유지된다면, 기업의 계획은 분명 패착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몬산토에게 기다릴 의지가 남아있다.

그랜트는 포춘의 브레인스톰 콘퍼런스 Brainstorm E conference에서 참석자들에게 “전통적인 잡종 종자를 재배하는 일은 보통 7년 정도 걸린다”며 “우리가 한 일 중 가장 빠르게 달성한 것이 그렇다”고 말했다. 코널리는 “농업 분야에선 계절별이 아닌 세대별로 일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설립 후 이제 두 번째 세기를 맞은 몬산토는 이 오랜 기간을 개척해 왔다. 코널리는 “이렇게 장기적으로 앞날을 내다본 기업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몬산토는 캘리포니아 서니베일에 위치한 신생기업 블루 리버 테크놀로지 Blue River Technology 에 투자할 때에도 이런 장기적 전망을 적용했다. 이 회사의 미션은 몬산토와는 정반대다. 블루 리버는 몬산토와 다른 농업 기업들이 판매하는 화학약품 사용을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대개 잡초나 해충이 발생하면 농장 전체에 약품을 살포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블루 리버의 사업개발 부사장 벤 코스트너 Ben Chostner는 이 방식이 마치 10명의 두통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뉴욕 전체에 아스피린을 처방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화분 크기의 블루 리버 감지기는 밭 전체가 아니라 필요한 곳에만 제초제를 살포한다. 이 장비는 사이즈, 모양, 그리고 색에 기반해 잡초와 식물을 정확하게 구분한다. 그에 따라 화학약품 사용량을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이 회사의 설립자이자 CEO인 조지 헤로드 Jorge Heraud는 “화학약품은 농업에서 중요하다. 그러나 남용됐던 것도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남용되는 많은 것들이 그렇듯,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은 게 사실이다. 그리고 헤로드가 지적하고 있는 건 바로 몬산토의 제초제 라운드업에 내성을 가진 잡초 개발이다. 몬산토는 20년 전 라운드업 레디 Roundup Ready 식물을 시장에 내놓으며 업계 판도를 바꿔 놓았다. 이 식물은 제초제에 내성을 가진 유전자 조작 식물로, 농부들이 전체 밭에 제초제를 살포해도 잡초만 제거되고 작물은 살아 남도록 만들어졌다. 헤로드는 “그 결과 단일 방식과 단일 해결책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됐다. 효과가 너무 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환경 단체들과 유럽 규제당국도 라운드업의 안전성에 대해 계속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몬산토는 제품이 안전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블루 리버가 깔고 있는 전제는 농업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이제까지 이뤄진 대부분의 발전은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더욱 많은 화학약품-제초제, 살진균제, 비료-을 적용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반대로 블루 리버의 목표는 더 적은 양을 사용하는 것이다. 몬산토 역시 같은 방식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빅데이터가 이 회사를 제조업체에서 서비스업체로 바꿔 놓고 있다는 점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이를테면 ‘종자 서비스’인 셈이다. 몬산토가 바이엘 계약 건이나 다른 방식을 통해 더 다양한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된다면, 이 같은 변화는 더 달성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그랜트는 그런 상황에서도 “회사가 데이터 적용 서비스의 정확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화학약품을 어떻게 사용하고, 언제 사용하며, 어떤 화학약품을 선택해야 하는지 더 정확한 결정을 내린다면 분명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농부들이 결국 가치를 알아 볼 것이고, 기꺼이 비용도 지불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 3월 초 오후, 필자는 몬산토 본사 집무실에서 그랜트와 대면을 했다. 회사는 그날 아침 올해 실적 예상치를 하향 조정했다. 그는 “오늘 같은 날 이런 대화를 나누게 돼 흥미롭다”고 말했다. 몬산토 측은 떨어진 작물 가격이 (실적 하향 조정의) 주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여기에서 농업의 모순을 찾을 수 있다. 재배자가 더 많이 생산할수록 저가의 역풍을 맞고, 결국에는 자신들이 거둔 성공의 희생자로 전락해 버린다는 것이다.

필자가 ”농업은 답이 없는 사업 퍼즐“이라고 묘사하자, 그는 강한 스코틀랜드 액센트로 나의 말을 반박했다. 그는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길게 보면 과잉 공급보단 공급 부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기록적인 수확량에도, 옥수수 소비량이 깜짝 놀랄 정도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올해 소비량은 연간 10억 미터 톤 이상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그는 “현재 저장고가 꽉 찬 상태다. 그러나 상황은 빠르게 바뀔 수 있다”고 확신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BY BETH KOWI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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