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자본시장조사단은 최근 불공정거래 조사자료를 축적·관리하는 DB 구축 계획을 수립했다. 이미 기획재정부로부터 관련 예산 5억원을 배정받았고 국회에서 예산안이 통과되면 본격적인 구축 작업에 착수할 방침이다. 자조단 관계자는 “자조단이 출범한 지 3년이 지나면서 그동안 조사를 진행한 사건들의 기록을 체계적으로 볼 수 있는 DB 구축의 필요성이 커졌다”며 “DB 구축 작업이 마무리되면 사건 유형별로 이상 동향 통보부터 조사, 검찰 수사, 법원 판결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 비슷한 유형의 사건 조사에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DB가 이미 금감원에 구축돼 있다는 점이다. 금감원 DB에는 인지 단계부터 조사, 검찰에 넘길 때의 혐의, 검찰 수사 이후 기소 여부와 처벌 수위, 법원의 판결 내용 등이 모두 기록돼 있다. 자조단이 별도로 DB를 구축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자조단은 검찰과 경찰이 같은 수사 업무를 하면서도 각자 DB를 보유하고 있듯이 금감원과는 별개로 자조단의 DB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자조단 관계자는 “특정 사건과 관련한 DB를 열람하자고 요청하면 금감원이 이런저런 이유로 거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자조단이 자체적으로 인지한 사건들도 있기 때문에 별도의 DB 구축 필요성도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금감원 자본시장조사국 관계자는 “자조단이 DB 구축을 준비하고 있는지 몰랐다”며 “시스템을 통째로 공유하기는 어렵지만 같이 사건을 다루거나 협의가 필요할 때는 관련 내용을 공유한다”고 강조했다.
자조단의 DB 구축을 자본시장 조사를 둘러싼 두 기관 간 주도권 싸움의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자조단 출범 이후 자본시장 조사 업무를 두고 금융위와 금감원이 매번 자존심 경쟁을 하고 있다”며 “형식적인 컨트롤타워는 자조단이지만 업무 노하우나 인력 측면에서는 금감원이 월등한 만큼 업무 분장에 대한 조정이 없다면 앞으로도 이 같은 행태는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 불공정거래신고센터를 자조단으로 일원화하고 한국거래소의 시장감시본부가 적발한 사건을 금감원 대신 자조단에만 통보하는 것을 두고 두 기관이 갈등을 겪은 적도 있다. 자조단은 지난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의 “주가조작 척결” 지시로 설립된 조직이다. 금융위는 자조단 설립 이전에는 주가조작을 포함한 증권범죄 조사를 전적으로 금감원에 위임해왔다.
/조민규·지민구기자 cmk2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