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구멍 뚫린 학교 급식] 서울·부산 등 중고생 수백명 식중독 …'급식 비리'도 한몫

고온 탓 조리실 식자재 변질 가능성

부당 수의계약에 불량 재료 유통도

정부 뒤늦게 매뉴얼 보급·감독 강화

2415A02 월별 학교 식중독2415A02 월별 학교 식중독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며 전국 중고교 곳곳에 ‘식중독’ 비상이 걸렸다. 서울 지역의 학교 5곳에서 학생과 교사 500여명이 식중독 증세를 보인 데 이어 부산과 경북 봉화의 학교에서도 집단 식중독 의심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처럼 전국 동시다발로 발생한 것은 이례적이다.


23일 부산의 한 여자고등학교 1학년 학생 60여명이 설사와 복통 등 식중독 증세를 보여 보건당국이 역학조사에 나섰다. 경북 봉화에서도 19∼22일 중고교생 100여명이 집단 식중독 의심 증세를 보였다. 22일 오후에는 서울 은평구에 있는 중고교 5곳에서 학생과 교사가 설사 등 식중독 의심 증세를 보여 보건당국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하루걸러 이어지는 동시다발적인 식중독 발생을 두고 보건당국은 긴 폭염을 대표 원인으로 꼽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한 관계자는 “폭염으로 조리실 기온이 급격히 올라가면서 식자재 보관 과정에 문제가 발생해 일어난 것이 아닌지 추정하고 있다”며 “조리실 내부 온도가 한낮에는 50도 이상 올라가고 밤에도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당일 조리할 식자재도 반드시 냉장 보관하지 않으면 변질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식약처의 8월 식중독 발생현황에 따르면 약 36.3%는 학교에서 발생하며 원인균의 45.4%는 기온이 높을수록 기세등등해지는 ‘병원성대장균’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6∼8월(22일까지) 여름철 학교 급식 식중독 발생만 17건, 환자 수는 1,284명에 이른다.


식약처·교육부 등 관련 당국은 잇따른 식중독 발생 이후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23일 서울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제6회 법질서·안전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학교 급식 실태점검 결과 및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학교 영양사 단독의 급식업무 처리방식을 학교장 등의 확인 절차를 거치게 하는 등 내부 관리·감독 기능을 강화하고 올해 하반기 식재료 위생관리 기준 및 종사자 준수사항 등을 담은 위생관리 매뉴얼을 제작해 보급하는 등 위생관리에 주안점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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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무영 식약처 차장은 “폭염에 따른 용수가 문제가 될 수 있어 지하수를 사용하는 김치 제조·가공 업체와 농산물 전처리(1차 손질) 업소에 대한 지하수 중점 검사를 벌일 예정”이라며 “식중독 발생 시 검사기간이 통상 1∼2일 소요되지만 간이 신속검사 차량을 이용해 4시간 이내에 원인균을 밝히는 신속검사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폭염 외에 학교 급식 재료 과정 전반에 자리하고 있는 ‘총체적 비리’도 다발적인 학교 집단 식중독 발생과 무관하지 않다. 특정 업체와 부당한 수의계약을 하거나 학교 급식 예산을 부당하게 집행해 ‘위생 불량’ 식재료가 버젓이 유통되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의 몫이 되고 있다.

부패척결추진단이 지난 4월부터 정부합동점검단을 구성해 학교 급식 식재료 생산부터 유통·학교 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을 점검한 결과 식재료 위생·품질관리 부실을 비롯해 학교 급식 가공품 시장의 60%를 점유하는 4개 업체가 최근 2년 6개월간 전국 약 3,000여개 학교 영양사 등에게 16억원 상당의 상품권 등을 제공하는 등 총 677건의 위반 사실을 적발했다.

이에 정부는 ‘학교 급식 전용 사이트’를 만들어 학교별 급식 만족도 평가, 안전점검 결과와 급식 비리 등 학교 급식 전반의 운영실태를 내년 상반기부터 모두 공개해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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