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조성주의 스타트업 코칭] 성공기업 '수요의 트리거' 찾아라

KAIST 경영대학 교수

<26> 벤치마킹, 맥락을 제대로 살펴야

탐스슈즈·마리몬드 '착한마케팅' 벤치마킹

충분한 수요 일으킬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조성주 KAIST 경영대 교수조성주 KAIST 경영대 교수


“수제 비누 사업을 하려고 합니다.”

“어떤 경쟁력이 있나요?”


“착한 마케팅을 하려고요. 고객이 하나를 사면 하나를 기부하는 것으로.”

“그렇게 하면 사람들이 비누를 사나요?”

“성공 사례가 있습니다. 탐스슈즈가 그런 모델로 성공했거든요.”


탐스슈즈는 신발 한 켤레가 팔리면 또 다른 신발 한 켤레를 제3 세계 아이들에게 기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창업 7년 만인 2013년에는 매출이 4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했다. 착한 마케팅의 대명사가 됐다.

관련기사



성공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벤치마킹해 적용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다만, 우리가 생각할 점은 탐스슈즈처럼 원 포 원(One For One·하나 사면 하나 기부) 마케팅을 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느냐다. 맥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탐스슈즈가 처음부터 잘된 것은 아니다. 수요의 트리거(trigger·방아쇠)는 스칼릿 조핸슨, 키라 나이틀리 같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탐스슈즈를 신고 미디어에 등장하면서부터다. 이들이 신은 신발에 대중이 관심을 나타냈고 이 신발을 신으면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언론에도 언급됐다. 탐스슈즈를 신은 스타들은 이타심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갖게 됐다. 대중도 탐스슈즈를 신음으로써 자존감을 갖게 됐다.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아도 ‘탐스슈즈 신은 사람=남을 도울 줄 아는 사람’이라는 가치가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마리몬드라는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그린 이미지로 폰케이스를 만들었다. 그분들의 아픔과 존귀함의 회복을 실천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런 의미만으로 현재와 같은 수요를 만들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세상에는 그럴듯한 폰케이스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수요의 결정적 계기는 국민 첫사랑 수지의 공항 패션이었다. 폰케이스와 함께 사진이 찍혀 인터넷에 올라온 것이다. 사람들은 수지의 폰케이스에 주목했고 어떤 제품인지 확인했다. 폰케이스의 의미를 알게 되자 공감대가 형성됐고 구매에 불이 붙었다. 주문 물량이 폭주했다. ‘마리몬드 폰케이스=위안부 할머니를 기리고 실천할 줄 아는 의식 있는 사람’이 된 것이다.

수제 비누에 단순히 원 포 원 마케팅을 붙이면 충분한 수요를 일으킬 수 있을까. 신발이나 폰케이스보다는 생각할 점이 많아 보인다. 수요를 견인한 것은 원 포 원 마케팅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항 패션에 비누를 노출하기는 어렵다. 비누 향으로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도 어렵기 때문이다.

미디어에는 수많은 성공 기업의 사례들이 소개되고 있다. 성공 요인도 다양하다. 그런데 성공한 기업은 어떤 성공 요인을 갖다 붙여도 말이 된다. 성공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봐야 할 것은 맥락이다. 어떤 부분이 수요를 견인한 트리거였는지 찾아야 한다.

/sungjucho@business.kaist.ac.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