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만원 이하 카드 결제시 가맹점수수료를 면제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카드 업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내년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카드사 가맹점수수료를 또다시 낮추려는 ‘포퓰리즘’ 법안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돼 국내 카드 산업 구조가 왜곡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카드사의 주된 수입원인 가맹점수수료를 면제하거나 낮출 경우 카드사들이 카드론 등 대출 사업을 대폭 확장할 것으로 보여 대출자들에게 부담이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23일 정치권과 카드 업계에 따르면 박 의원은 개인택시운전자 등 일정 규모 이하 영세 카드가맹점 종사자에게 1만원 이하 소액 카드 결제 수수료를 면제하는 내용을 담은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영세사업자들이 카드 결제 수수료를 부담하게 돼 수입이 줄어드는데다 소비자들도 소액 카드 결제와 관련해 식당 등에서 거부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이 법안이 시행될 경우 상당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카드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카드 시장에서 소액결제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만큼 1만원 이하 소액결제 수수료를 면제해준다면 카드 업체의 수익이 심각하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전체 카드 승인 건수 136억8,500만건 가운데 40%가량이 1만원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카드 결제 금액 639조원 가운데 약 10%가량인 64조원이 1만원 이하 카드결제금액으로 추산된다. 카드사가 받는 수수료로 환산하면 6,000억원가량이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박 의원의 법안은 카드사와 밴(VAN)사가 영세가맹점에 사실상 ‘무료봉사’를 하라는 의미여서 법안 통과 등 현실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카드 업계는 물론 금융 당국조차 카드 업계의 수입 구조를 모르는 비현실적인 법안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어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카드 업계에서는 이번 법안이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여야 정치권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얻기 위해 가맹점수수료율 인하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카드 업계는 올 초 가맹점수수료율을 최대 0.7%포인트 인하한 데 이어 또다시 수수료율 인하의 악재를 만나게 될 상황에 처한 셈이다.
정치권에서 이 같은 ‘포퓰리즘’ 법안을 추진할 경우 카드 산업이 심각하게 왜곡될 가능성이 있어 부작용이 우려된다. 현재 국내 카드사들은 가맹점수수료와 카드론 등 대출수익을 통해 수익을 거두고 있다. 가맹점수수료가 줄게 되면 대출 시장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 실제 국내 카드사들은 올 초 가맹점수수료가 인하됨에 따라 카드론을 대폭 확장하고 있다. 신한·삼성·KB국민카드 등 7개 전업계 카드사가 올 상반기 거둔 수익 가운데 카드론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15.97%)보다 1.26%포인트 증가한 17.23%까지 확대됐다. 카드사들이 이같이 대출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릴 경우 가계부채 증가와 카드 업계의 건전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정치권에서 영세가맹점을 위해 카드수수료를 인하한다고 하지만 실제 이 같은 부담은 카드론 대출자에게 전가될 위험이 크다. 카드사들이 가맹점수수료 인하로 줄어든 손실을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등을 통해 만회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카드론은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는데 금리는 현재 연 5~25%가량 된다. 이효찬 여신금융연구소 실장은 “카드사의 본업은 지급결제인데 정치 논리로 수수료율을 지나치게 간섭하면 카드사의 대출 비중이 커질 위험이 있다”며 “대출 규모가 지나치게 커지면 카드사의 건전성뿐 아니라 가계부채 확산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