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는 우리 기업의 현실을 모르는 순진한 발상이다. 자사주를 우호세력에 매각하는 것은 국내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경영권 방어수단이다.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추진되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이에 반대하면서 경영권을 공격했다. 다행히 KCC가 삼성전자 자사주를 전량 사들이며 백기사로 나서 삼성은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었다.
상법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엘리엇 같은 외국계 투기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공격에 그대로 노출되고 이를 막을 수단이 사라진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집중할 수 있겠는가. 경제민주화를 핑계로 기업을 옥죄는 경제입법은 이외에도 수두룩하다. 김종인·김동철 의원 등이 발의한 상법개정안, 최운열 의원의 공정거래법개정안 등 셀 수 없을 정도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고소·고발 남발로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까지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기업활동을 도와주기는커녕 기업들을 경제민주화의 희생양으로 삼는 꼴이다. 이러니 기업들 사이에 차라리 해외로 법인을 옮기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의원입법의 진정성을 주장하려면 먼저 재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게 마땅하다. 그게 싫다면 ‘입법 횡포’를 그만두고 기업들을 그냥 내버려두기라도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