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전례 없던 지배구조, 우리은행 민영화 3가지 쟁점은...

1. 집단경영체제땐 구심력 약화…'지배구조 혼란' 대책 필요

2. '비가격 요소' 지나친 부각땐 매각과정 잡음 클수도

3. 배당여력 불충분…발빠른 지주사 전환 추진할 듯



정부가 우리은행에 대한 과점주주 매각 방안을 발표하면서 우리은행 민영화가 연말 금융권에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정부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사실상 포기하고 신속한 매각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우리은행 민영화의 성공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23일 일제히 우리은행 민영화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하지만 다수의 과점주주가 사외이사를 파견, 집단 경영체제를 꾸리는 은행 지배구조는 국내 은행권에서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찾기 힘든 사례라 앞으로 우리은행 지배구조에 문제점은 없을지 촘촘히 짚어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는 우리은행의 지배구조가 민영화의 3대 원칙 중 하나인 ‘금융산업의 발전’과 직결된 문제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입찰 과정에서 살펴보겠다고 밝힌 ‘비가격 요소’라는 변수와 우리은행이 바젤3 도입에 따른 자본 이슈를 어떻게 극복할지 여부도 이번 민영화의 흥행을 점쳐보는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일무이’한 집단경영 체제=정부는 당초 우리은행 지분 30%를 최대 10%까지 1개 투자자에게 매각하겠다는 방향을 잡았다가 최종안에서는 입찰 물량을 4~8%로 줄였다. 또 당초 8% 이상 투자자에게는 사외이사 추천권을 2명 주는 방안도 거론됐으나 사외이사 추천권은 지분에 관계없이 1명으로 동일화했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은 매각 이후 4% 지분을 보유한 7~8명의 과점주주 집단 경영체제로 지배구조가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현 상태에서는 최대 8%까지 입찰할 유인은 크지 않다는 것이 금융권 안팎의 평가다.


현재 우리은행 이사회는 총 11명의 이사로 구성되는데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6명, 비상무이사(예보)가 1명이다. 지배구조가 바뀌면 사내이사 2명, 투자자 사외이사 8명, 비상무이사 1명 체제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다수의 과점주주가 파견한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우리은행 이사회의 ‘구심점’이 분명치 않다는 것이다. 투자자를 최대한 분산시켜 정부가 영향력을 유지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과점주주의 이익에 따라 움직일 사외이사들과 여전히 법적으로 대주주 지위에 있는 정부, 은행의 공적 역할을 수행해야 할 우리은행 경영진 사이에서 힘의 분배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은행 지배구조에는 혼란이 초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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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격요소도 변수=정부가 가격요소와 함께 심사하겠다고 밝힌 비가격요소도 이번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비가격요소의 구체적인 지표와 기준 등은 향후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결정할 것이라고만 제시한 상태다. 비가격요소는 은행 주주로서의 적격성 문제가 가장 큰 쟁점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지난 경영권 매각 시도 당시 중국 안방보험과 교보생명 모두 은행 대주주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이번에 과점주주 적격성 기준이 대주주 적격성 기준보다는 완화된다 해도 정부는 검증되지 않은 외국계 자본 등에 상당히 민감해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우리은행 지배구조 구축을 위해 합리적인 투자자를 선정할 필요가 있지만 비가격 요소가 지나치게 부각될 경우 매각 과정에서 잡음이 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가격이 최우선이며 외국계 자본에 대한 차별은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힌 상태다.

◇충분치 않은 배당 여력 대안은=투자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 민영화 과정에서 최대 관심은 우리은행의 BIS 비율이 될 수 있다. 이는 배당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보통주 자본비율이 다른 은행에 비해 낮은 편이라 향후 배당 여력이 충분치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3월 말 기준 우리은행의 BIS 비율은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인14%에 못 미치고 보통주만 놓고 보면 자본비율이 8.68%다. 바젤3 도입을 앞두고 금융감독원은 건전성 강화 차원에서 우리은행의 보통주 자본비율을 좀 더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이 매각 이후 과점주주 주도 하에 즉시 지주사 전환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리은행이 BIS 비율이 낮아진 것은 2014년 지주사 해체로 기존 지주사 산하 자회사를 은행에 편입시킨 원인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우리은행과 정부 측에서 이미 지주사 전환을 통해 은행 BIS 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에게 설명한 것으로 안다”며 “매각이 성공할 경우 지주사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국내 금융권이 5대 금융지주 체제로 개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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