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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레이더 전자파 피폭 사례 보니] 단기간 두통·피부통증...화상·백내장 부작용은 없어

노르웨이 해군 피폭사고 "피해 無"

佛 조사서도 건강위협 발견 안돼

10년이상 장기노출은 경고하기도



지난 2012년 8월 24일 북극해에서 훈련 중이던 노르웨이 해군 소속의 한 함정 승무원들이 미군 구축함이 쏜 레이더 전자파에 7분여 동안이나 직접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문제의 레이더는 대한민국 해군의 이지스함에도 탑재된 레이더와 같은 계열인 ‘스파이(SPY)-1D(V)’였다. 이 기기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에 사용되는 레이더인 AN/TPY-2보다는 낮은 주파수 대역인 3~4㎓의 극초단파를 사용하지만 사드처럼 탄도미사일을 탐지, 추적해 요격할 수 있는 고출력 레이더(평균 출력 58㎾)다. 그렇다면 사고 결과는 어땠을까. 별 문제 없는 것으로 결론 났다.


사고를 당한 승무원 중 27명이 이후 6~8개월간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특히 그중 14명은 함교나 갑판 밖에서 쉬다가 직접 전자파를 쏘여 우려를 샀다. 사고 당시 미군 구축함은 노르웨이 함정으로부터 70~100m 거리까지 근접해 있었다. 그런데도 해당 승무원들은 자신들이 전자파를 뒤집어쓰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노르웨이 베르겐대의 벤트 E 모엔 박사 연구팀이 피해자들을 인터뷰해보니 고주파수의 전자파에 피폭될 때 나타나는 가열 반응조차 느끼지 못했다는 응답들이 이어진 것이다. 그나마 미군 구축함이 쏜 전자파로 전자기 간섭현상이 발생해 노르웨이 군함의 내비게이션 장비 등에서 이상이 발생한 덕분에 피폭 피해를 인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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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사건 발생을 인지한 후 얼마 동안의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전자파 피폭 승무원들은 서로 다른 신체부위에서 다양한 증세를 보였다. 주로 두통·피로감·진땀·피부통증 등의 증세였다. 해당 증상은 피폭자에 따라 며칠, 혹은 몇 주간 이어졌다. 피폭자들은 사고 이후 한동안 이틀에 한 번씩 증상을 일지로 적도록 명령 받았다. 증세를 호소한 승무원 등은 그해 9월4일부터 진료를 받았다. 그런데 당시 의료당국은 피폭자들로부터 화상·백내장·기억상실 등 아무런 증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레이더 전자파와 같은 고주파수에 쏘였음에도 화상이 없다면 건강상 부작용이 없는 것으로 간주된다. 모엔 박사 등은 “사고 후 발현된 여러 증상들은 아마 건강에 영향이 미칠까 하는 두려움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전자파의) 노출에 따른 건강상의 장기적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르웨이 해군의 사례는 고출력 레이더를 근접 거리에서 장시간 직접 쏘인 경우라도 반드시 건강상의 문제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것이 전자파 위험성에 대한 불감증을 부추기는 사례로 악용돼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익명을 요청한 한 보건당국자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직접 자신의 몸으로 사드 레이더를 맞아보겠다는 식의 발언으로 레이더 전자파 안전성을 설득하려고 하는데 이 같은 쇼맨십은 무조건적인 전자파 유해론 못지않게 위험하다”며 “비록 현행 장비가 안전하더라도 만약의 대비해 사후 역학조사를 통해 레이더 인근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살피고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 대처하겠다고 하는 게 옳은 대응이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에서는 국방부의 데이비드 크로지에르 박사팀이 지난해 26년간의 추적조사 결과를 담은 ‘프랑스 해군의 직업적 레이더 전자파 노출에 대한 최초의 역학 연구’보고서를 내는 등 선진국 군당국 및 보건당국자들이 장기간의 역학연구로 사회적 우려를 합리적으로 풀어가고 있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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