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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기자의 Travelogue]팔미도 등대는 공사중…손발 안맞는 문화계·정부



팔미도 옛 등대는 공사 중이다. 기자가 지난 19일 인천광역시 옹진군 팔미도를 방문했을 때 우리가 사진에서 보던 흰색의 아름다운 모습은 오간 데 없고 쇠파이프를 걸친 상황에서 인부들이 부지런히 타일을 바르고 있었다. 100여년 전에 세워진 이 등대는 오랜 세월을 거치며 손상을 입었고 이에 대해 보수공사가 5~11월 진행된다고 한다.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빅히트로 관광객들이 팔미도에 몰려들고 있지만 정작 주인공은 외출 중인 셈이다. 방문객들은 뭔가 아쉬움을 갖고 다시 돌아오는 배에 올랐다.

팔미도 등대는 1903년에 세워졌고 2003년까지 운영됐으니 많이 늙었다. 지금은 뒤에 있는 큰, 새 등대가 역할을 하고 있다. 팔미도 등대도 뭔가 새로운 모습이 필요한 것이다. 문제는 ‘하필이면 이 시기냐’다.


등대를 관할하는 해양수산부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지난해 예산을 확보해 5월19일 공사를 시작했다. 영화 ‘인천상륙작전’은 7월27일 개봉했으나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촬영을 시작했고 올해 1월에는 할리우드 톱스타 리암 니슨이 ‘맥아더 장군’ 역할을 위해 한국에 오면서 떠들썩했으니 몰랐을 리가 없다. 담당 공무원들의 관심 부족이라고 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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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연수구 옥련동에는 1984년에 세워진 ‘인천상륙작전 기념관’이 있다. 이 야외에는 모형 등대하나가 덩그렇게 놓여 있는데 영화에서 켈로부대가 탈환한 그 등대 세트다. 영화촬영 후 모형을 기념관으로 옮겨 한쪽 구석에 놓았다. 내용을 모르는 관람객들은 다소 뜬금없을 위치다.

문화콘텐츠와 관광의 결합에 대해 많은 말들을 하지만 여전히 문제점이 있다. 문화콘텐츠를 만드는 사람과 촬영 장소나 시설을 관리하는 측의 손발이 안 맞기 때문이다. 콘텐츠 제작자들은 보통 어떤 작품이 뜰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모든 공무원들에게 그런 인식이 심어질 리 없다. 문화계와 정부 등 관련 기관의 보다 정교한 협조가 필요한 이유다.

올해 상반기 최고의 히트작이었던 TV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또 다른 관심 사례다. 드라마 속 주요 배경인 우르크 태백부대 관련 촬영이 강원도 태백에 있는 한보탄광에서 촬영됐는데 이 세트장은 지난해 11월 드라마 촬영이 끝난 뒤 모두 철거됐다. 원상복구는 당연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세트장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이에 따라 새로운 예산을 투입해 이달 초 일부 세트장을 다시 세웠다. 중복 투자인 셈이다. 드라마 속의 감동보다는 테마파크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 아쉽다. /chsm@sedaily.com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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