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치사율 97% '뇌 먹는 아메바' 감염된 10대 소년 극적 생존

미국에서 10대 소년이 치사율이 97%에 이르는 ‘뇌 먹는 아메바’에 감염됐으나 극적으로 생존했다.

23일 (현지시간) 미국 언론 ABC뉴스는 플로리다 주에 거주하는 시배스천 디리온(16)이 지난 50년간 이 병에 걸린 환자 138명 중 생존한 네 번째 환자라며 사연을 소개했다.


플로리다 주 보건 당국에 따르면, 디리온은 한 개인 소유의 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기다 ‘뇌 먹는 아메바’로 알려진 네글레리아 파울러리(Naegleria fowleri)에 감염됐다. 주로 오염된 물에 기생하는 이 아메바는 수영하는 사람의 코를 통해 뇌에 침투해, 세포를 파먹고 뇌를 붓게 해 사람을 사망하게 한다. 감염자는 두통, 열병, 구토 등의 증상을 보이다 뇌 손상을 입어 환각 증세와 행동 이상, 마비 증세에 시달린다. 감염 후 사망에 이르는 기간은 1~9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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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리온 역시 극심한 두통과 수막염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다 지난 7일 플로리다 주 올랜도 아동병원의 응급실을 찾았다. 의료진은 디리온의 척수액 검사에서 아메바의 흔적을 발견하고 ‘뇌 먹는 아메바’에 감염된 것으로 확신하고 즉각 처치를 했다.

ABC 뉴스에 따르면 의료진은 아메바를 죽이는 데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뇌척수막염 치료제 밀테포신을 신속하게 구해 투여했다. 그러나 효과가 더디자, 디리온의 체온을 33도로 낮춰 인위적으로 혼수 상태에 이르게 했다.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아메바가 상대적으로 차가운 환경에 놓이면 물혹이 되는 성질을 이용해, 아메바를 물혹으로 만들어 이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치료하기 위한 것이다. 제거 시술을 한 의료진은 수일 후 혼수 상태에 있던 디리온을 깨우고 삽입했던 기도관을 제거했다.

의식을 찾은 디리온이 문제없이 걸어 다니고 말을 하자 의료진은 기적이 일어났다며 기뻐했다. 디리온의 모친도 “하느님이 우리에게 기적을 주셨다”며 “의료진에게 감사하다”고 기뻐했다.

의료진은 신속한 밀테포신 처방이 디리온의 생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밀테포신은 지금까지 아메바 감염자 4명 중 3명에게 투여됐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처방 추천도 받고 있지만, 아직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공식 사용 승인을 받지는 못한 의약품이다. 의료진은 디리온의 생존을 계기로 밀테포신이 미국 전역의 응급실에서 아메바 감염 환자를 치료하는 기준이 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영준인턴기자 gogundam@sedaily.com

김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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