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160만원 벽’을 뚫고 상승세를 이어가며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랠리의 파급 효과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상승 랠리가 5년간 이어진 ‘박스피(박스권 코스피)’를 벗어날 수 있는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는 반면 삼성전자 독주에 따른 과도한 쏠림현상이 다른 대형주의 매도로 이어질 경우 전체에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24일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와 코스피지수의 상관계수는 전날 종가 기준 0.87로 지난해(0.66)에 비해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두 지수가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만큼 삼성전자의 주가 흐름과 코스피지수의 동조화 현상이 뚜렷해졌다는 의미다.
삼성전자의 전날 시가총액은 약 239조원으로 코스피 전체 시총의 18.28%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우선주까지 포함할 경우 20%를 넘어선다. 이 때문에 2,050선에서 머뭇거리는 코스피지수는 삼성전자가 상승세로 마감한 지난 18일과 19일, 23일 상승했다.
삼성전자와 코스피의 동조화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일단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랠리가 코스피의 박스권 탈출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안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기업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됐음에도 투자자들은 오랜 박스권을 경험하며 보수적인 시각을 쉽게 버리지 못했다”며 “하지만 국내 증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최고가 경신으로 투자자들의 시각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고 말했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지수를 선행하는 성격이 강한 삼성전자가 사상 최고가를 돌파하는 가운데 다른 대형주로 온기가 퍼질 경우 이르면 올해 말 코스피도 박스권 돌파를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삼성전자의 과도한 독주가 국내 증시 전반에 끼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삼성전자 최고가 경신의 반대급부로 오히려 하락 종목 수가 늘어나면서 코스피의 상승 동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며 “삼성전자 독주의 패러독스(역설)를 경계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가 사상 최고가를 돌파한 지난 18일 이후 나흘 연속으로 코스피 하락 종목은 상승 종목 수를 크게 앞질렀다.
삼성전자가 시장의 모든 수급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는 점도 증시에는 악재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전자 최고가 행진에도 코스피가 박스권 상단을 뚫지 못하는 것은 삼성전자 쏠림현상이 가져온 역풍 때문”이라며 “펀드 수익률 추종을 위해 삼성전자 보유비중을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대신 다른 대형주들을 매도하면서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는 모양새”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일부 펀드매니저들은 삼성전자 편입비중을 높이기 위해 기존에 편입해놓은 다른 종목들을 대거 매도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의 연구원은 “주식형펀드로 자금이 계속 들어오는 상황에서는 신규유입 자금으로 삼성전자를 매수하면 되지만 지금처럼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는 삼성전자를 사기 위해 기존 보유종목들을 팔아야 하는 만큼 수급 차원에서 다른 대형주에는 악재가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국내주식형펀드에서는 16거래일 연속 자금이 빠져나갔다.
/김현상·박민주기자 kim012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