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추가경정예산안 무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 여야 3당은 24일까지도 평행선을 달렸다. 국민의당이 야 3당 공조를 깨고 ‘서별관회의 청문회’ 증인채택보다 추경에 방점을 찍고 더불어민주당을 설득하고 있지만 더민주는 꿈쩍하지 않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여권은 “추경은 타이밍”이라며 야권 압박에 힘을 모았다. 또 정세균 국회의장을 찾아 중재에 나설 것을 요청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회의에서 “추경은 타이밍이 생명이고 집행을 안하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크다”며 “조선·해운 구조조정 현장을 가보면 아비규환이다. 추경을 안하면 실업 공포에 떠는 노동자들의 눈물을 닦아줄 길이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 박 위원장은 더민주가 청문회 증인으로 최경환 의원,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 등 3인이 반드시 포함돼야 추경 처리가 가능하다는 강경론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책임 추궁은 9월 정기국회와 국정감사에서 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박 비대위원장은 협상 주체를 각 당 원내수석부대표에서 원내대표로 격상시켜 ‘빅딜’을 성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더민주는 국민의당의 제안에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다.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2000년 한나라당은 6월29일에 제출된 추경을 제출한 지 106일이 지난 10월13일에 의결해준 적이 있다”며 본예산이 국회에 제출된 후에도 추경이 처리된 전례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증인채택과 관련한 새누리당의 입장 변화 없이는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유 경제부총리는 예산안 당정협의에서 “본예산과 달리 추경은 올해 말까지 4개월간 집행돼야 한다”며 “본예산처럼 1년을 두고 보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꾸 시점을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세균 국회의장의 요청으로 이뤄진 회동에서 “의장님이 가만히 보고 계셔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정 의장은 “추경이 무산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면서도 “추경과 청문회는 병행추진 해야 한다”고 증인채택과 관련한 새누리당의 입장 변화 역시 주문했다. 김영수 국회 대변인은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의장님은 청문회 증인 협상이 교착 상태에 있지만 여야 모두 양보할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빠르면 25일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와의 회동을 통해 협상 타결을 주도하겠다”고 설명했다.
더민주와 새누리당 중 어느 곳이 양보해 추경과 청문회가 성사될 것인지를 두고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결국 추경 무산에 대한 책임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더민주가 한발 물러서지 않겠느냐”는 전망에 더욱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하지만 더민주 관계자는 “당론으로 핵심 증인 3인방의 출석 없이 추경을 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며 “우리에게 운신의 폭은 작다”고 설명해 추경이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