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서울경제TV] ‘33년 베품의 삶’ 김인권 여수애양병원 명예원장



전남 여수 율촌면에 위치한 여수애양병원.

전국 각지의 어려운 이웃이 모여들고 있는 이곳에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일생을 바쳐 온 김인권 명예원장이 있습니다.


40여년 전, 의과대학에 재학중이던 그는 국립소록도병원에 6개월간 파견 근무를 나오면서 처음으로 한센병 환자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못내 마음에 걸린 그는 인턴, 레지던트 생활을 마친 5년 뒤 남들은 가기 싫어하는 소록도병원을 공중보건의로 자진해서 다시 찾아 옵니다.

서울대 의대 출신으로 부와 명예의 길을 택할 수 있었던 스물아홉 청년 시절, 그에게는 사회에서 버림받은 한센병 환자들을 돌봐야 한다는 신념이 더욱 컸습니다.

[인터뷰] 정광민 / 여수애양병원 정형외과 의사

“김인권 선생님이 여기 처음 내려오셨을 때는 서울대 정형외과라 하면 갈 때가 많은 시절이었어요. 그런데 사회적인 명성이나 금전적인 것들을 생각 안하시고, 좋은 병원에서 환자들을 위해 근무하신다는 게 뜻이 좋은 선생님이셨고…”

아내와 생후 60일 된 딸을 데리고 다시 찾은 소록도에서 3년간 공중보건의를 마친 그는 국내 최초 한센병 전문병원인 여수애양병원에 정형외과 과장으로 부임해 한센병, 소아마비 환자들을 돌보며 33년간 나눔의 삶을 실천해왔습니다.

[인터뷰] 김인권 / 여수애양병원 명예원장

“사람이 어떤 길을 가느냐는 미리 다 계산하고 어떻게 될 거라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에요. 나는 어쩌다가 보니까 애양원을 알게 되고 소록도를 알게 되고, 우리 사회에서 어려운 계층의 환자들을 알다 보니까 이렇게 된 거지… 다행히 좋은 선배들을 많이 만났어요. 소록도에 계시던 신원장님이라던지 병원의 여러 선교사들… 그런 삶을 사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니까 의사로서 이런 삶도 괜찮지 않을까…”

예방백신의 개발로 소아마비 환자 수가 감소하던 90년대에 들어서는 허리와 고관절, 무릎통증을 호소하는 퇴행성 관절염 환자들을 위해 인공관절 수술을 시작했습니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노인 환자들을 위해 최소한의 치료비로 하루 약 15건의 수술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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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 인공관절을 포함한 정형외과 수술 건수는 연간 약 4,000건. 오는 환자는 무조건 받고 불필요한 검사는 생략합니다. 진료는 특진 없이 오로지 대기 순서대로, 수술은 나이가 많은 환자부터 한다는 게 원칙입니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며 병원 접수창구는 문을 열기 전부터 수십 명이 대기하며 전국 각지에서 찾아 온 환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영임 / 청주

“엄마가 걸음을 한 발짝도 못딛고 화장실도 못가고 그랬었는데… 다른 병원은 다 (수술을) 안해준다고 해서 왔는데 원장님이 나이하고 상관없이 오는 순서대로, 나이 많은 순서대로 여긴 수술을 해줘요. 지금은 엄마가 화장실도 가요. 원장님 볼 때마다 너무너무 감사하고 고마워서…”

그의 인술은 한국을 넘어 해외까지 뻗어 나가고 있습니다. 케냐, 파키스탄, 아프카니스탄 등지에서 수술의료봉사를 시작한뒤 2007년부터 매해 미얀마 양곤국립대학에서 인술을 베풀고 있습니다.

김 원장은 올해 3월 정년 퇴임을 맞았지만 지역주민들과 전국의 환자들은 김 원장이 계속해서 병원에 남아 진료와 수술을 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습니다.

환자들의 뜻에 따라 명예원장으로 부임한 그는 여전히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보기에는 매일매일 지루하게 반복되는 똑같은 일상일지라도 그에게는 그 어떤 인생보다 근사하고 행복한 삶입니다.

[인터뷰] 김인권 / 여수애양병원 명예원장

“행복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어요, 하하하. 다른 건 모릅니다. 다른 삶이 어떤 건지 잘 모르고요. 사실은 내 원하는대로 다 됐습니다. 병원도 많이 깨끗하고 훌륭하게 새로 짓고… 제일 좋은 기구를 가지고 저렴한 가격으로 환자들에게 서비스를 할 수 있고… 그렇게 일하는데 지치지 않고 건강하고요. 여러가지 내가 꿈꾸고 이 병원에 와서 목적으로 삼고 바라는 것을 거의 다 이루었어요. 그랬으면 됐지 더 이상 뭘 더 바라는 게 있겠어요.”

[영상취재 허재호 / 영상편집 김지현]

양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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