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中 '사드 보복' 불똥, 공연예술로 번진다

10월 상하이 개최 K뮤지컬로드쇼

참가작 8편 공연비자 발급 지연

'리틀잭'은 중국어 공연으로 변경

제작사 中진출 활동 크게 위축

10월 중국에서 열릴 ‘K뮤지컬 로드쇼’에 각각 실연과 영상으로 쇼케이스를 선보일 예정인 뮤지컬 ‘영웅’(왼쪽)과 ‘아리랑’/사진제공=에이콤인터내셔널, 신시컴퍼니10월 중국에서 열릴 ‘K뮤지컬 로드쇼’에 각각 실연과 영상으로 쇼케이스를 선보일 예정인 뮤지컬 ‘영웅’(왼쪽)과 ‘아리랑’/사진제공=에이콤인터내셔널, 신시컴퍼니


중국에서 쇼케이스가 예정된 한국 뮤지컬의 줄줄이 차질을 빚으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 여파가 공연예술계로까지 불붙는 모양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10월 13~15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K뮤지컬 로드쇼’ 참가작 8편에 대한 중국의 공연비자 발급이 장기간 지연되는 등 사실상 반려되며 준비 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한국 창작뮤지컬의 해외 진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한 이 행사는 중국 최대 규모의 공연예술축제인 ‘상하이국제예술제’ 기간(10월 11~16일)에 맞춰 열릴 예정이다.

지난달 뮤지컬 영웅·마이 버킷 리스트·구름빵·셜록홈즈 : 앤더슨가의 비밀(이상 실연 쇼케이스), 신과 함께 가라·마타하리·캣조르바·아리랑(이상 영상 쇼케이스)을 참가작으로 선정하고 8월 초 비자를 신청했지만, 중국이 3주가 지난 지금까지도 별다른 답변을 주지 않은 채 심사를 미루고 있다. 주최 기관인 예경센터는 내주 중국을 찾아 관계 기관과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예경 센터의 한 관계자는 “공동 주최사인 중국 카이신마화 엔터테인먼트 측이 중국 정부에 조속한 비자 심사 및 발급을 요청해 둔 상태”라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에서 비자 발급은 물론 공연 허가도 아직 내지 않아 로드쇼 관계자들이 최근 대책 회의까지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 일정이 불투명해지면서 참가 제작사들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영상 쇼케이스에 참가하는 한 제작사는 “1차 영상 편집까지 마무리했지만, 이후 비자 발급이 어찌 될지 몰라 작업을 중단한 상태”라며 “행사 자체가 취소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현지에서 직접 공연을 펼쳐야 하는 작품들은 더 난감하다. 뮤지컬 ‘영웅’의 연출인 윤호진 에이콤인터내셔널 대표는 “배우와 스태프가 일정을 미리 빼놓았기 때문에 행사에 차질이 생길 경우 이들의 경제적 손실도 무시할 수 없다”며 “정치 문제로 문화 교류까지 영향을 받는 현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예경센터는 최악의 경우 현지 쇼케이스를 취소하고 내년 초 서울에서 중국 관계자를 초청해 한국 뮤지컬을 선보이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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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창작 뮤지컬 ‘리틀잭’은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한국 배우가 참여하는 현지 쇼케이스를 열 예정이었으나 최근 사드 이슈와 맞물려 작품에 대한 현지 홍보에 어려움을 겪자 바로 중국 라이선스(중국 배우가 중국어로 연기) 버전으로 공연을 진행하기로 했다./사진제공=HJ컬쳐한국 창작 뮤지컬 ‘리틀잭’은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한국 배우가 참여하는 현지 쇼케이스를 열 예정이었으나 최근 사드 이슈와 맞물려 작품에 대한 현지 홍보에 어려움을 겪자 바로 중국 라이선스(중국 배우가 중국어로 연기) 버전으로 공연을 진행하기로 했다./사진제공=HJ컬쳐


국내 창작 뮤지컬 ‘리틀잭’도 최근의 기류를 의식해 중국 진출 계획을 변경했다. 한국 배우가 참여하는 중국 현지 쇼케이스를 개최하려던 계획을 바꿔 바로 중국어 공연을 올리기로 한 것이다. 한승원 HJ컬쳐 대표는 “10월 쇼케이스로 중국 시장 문을 두드릴 계획이었지만, ‘한국 배우 출연’, ‘한국 작품’이라는 점을 앞세워 중국 내에서 작품을 홍보하는 게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중국인 배우가 중국어로 공연하는 라이선스 버전을 바로 선보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연 업계의 중국 진출은 연예 산업 대비 규모가 작아 당장의 손실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최근 좁은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한중 합작이나 판권 수출 등의 형태로 해외 진출을 모색하던 제작사 입장에서는 활동이 크게 위축될 수 있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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