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30일 극적으로 추가경정예산 처리에 합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오랜만에 원내 3당으로서 ‘캐스팅보트’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낸 국민의당이 있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서별관 청문회’에 여권 핵심 실세들을 불러 세우는 방안을 당론으로 확정한 와중에도 국민의당은 야권공조 균열을 감수하고 끈질기게 더민주 설득에 나서면서 마침내 극적 타결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애초 더민주와 함께 ‘최·종·택(최경환·안종범·홍기택)’ 증인채택이 받아들여져야 추경안을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여야 간 대치 국면이 길어지면서 입장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일단 예산결산특위의 추경안 심사와 증인협상을 병행하면서 일괄 타결을 짓자는 중재안을 던졌다. 또 기획재정위와 정무위가 각각 열기로 한 청문회를 연석회의 형태로 열자고 제안해 양당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여전히 증인채택 문제로 새누리당과 더민주 간의 평행선이 이어지자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24일 공개적으로 ‘선(先) 추경처리’를 수용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여야 협상에 물꼬를 트기 위해 사실상 더민주가 아닌 새누리당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는 더민주가 이들의 증인채택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가운데 야권공조의 균열을 감수하면서까지 내놓은 ‘파격적 카드’였다.
김관영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5일 원내정책회의에서 “교착상태를 어떻게든 풀고 민생 추경을 반드시 적시에 통과시켜야 한다는 절박감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당은 여야 3당의 가합의에 대한 의견을 묻는 의총에서도 별다른 이의 없이 인준했다. 이용호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의총에서 국민의당이 먼저 중재안을 내고 소기의 성과를 거둔 데 대해 잘했다는 의견이 많았다”면서 “국민의당이 이런 모습을 국민이 평가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는 4·13 총선에서 새로 만들어진 3당 체제 하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제3당으로서의 존재감을 살리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과 입장이 비슷해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구조조정으로 노동자가 눈물을 덜 흘리게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