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한반도의 안보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정치권에서도 ‘핵무장’을 공론화하는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역학관계를 감안할 때 쉽지 않은 길이 될 수 있지만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위해서는 더 이상 다른 대안이 없다는 절박한 인식에 따른 것이다.
현역 의원들 가운데 핵무장론을 가장 적극적으로 설파하고 있는 정치인은 원유철 새누리당 의원이다. 지난 19대 국회 당시 원내대표를 수행하며 “북한은 핵무기라는 ‘권총’을 가지고 있는데 한국은 언제까지 제재라는 ‘칼’만 갖고 있어야 하나. 자위권 차원의 핵을 가질 때가 됐다”고 주장한 원유철 의원이 최근에는 직접 관련 포럼을 주최하며 공론화의 불씨를 지폈다. 그는 지난 8월 ‘북핵, 바라만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제1차 핵 포럼에서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 무력도발 시 우리도 곧바로 핵무장으로 대응하는 ‘방아쇠 전략(Trigger strategy)’으로 맞서야 한다”고 밝혔다. 북핵 정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하자는 일종의 ‘조건부 핵무장론’인 셈이다.
같은 당 김정훈 의원도 “중국·러시아·북한은 사실상 핵무장국이고 일본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핵무장이 가능한데 한국만 고립돼 있는 문제는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라며 “미국의 핵우산 정책이 변화해 한반도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할 경우 핵무장을 심각하게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여권 일각에서 이 같은 주장이 제기되면서 지난 1992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 채택 이후 한국에서 철수됐던 전술 핵무기를 재배치하거나 대북 핵 억지력을 대폭 증강해야 한다는 핵 정책 재검토론의 공론화 작업이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역시 3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주한미군 방위금 분담을 늘리지 않으면 대통령 당선 후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수도 있다”며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은 어떤 시점이 되면 논의해야만 하는 문제”라고 가능성을 열어놓은 바 있다.
물론 자체 핵무장을 실현하려면 만만치 않은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국제사회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에 따른 국제적 고립을 감수하기는 쉽지 않은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