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필리핀 '마약과의 전쟁'에 생계 위해 청부 살인하는 여성

지난 20일(현지시간) 필리핀 경찰이 사살된 마약 용의자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20일(현지시간) 필리핀 경찰이 사살된 마약 용의자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로디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마약 용의자들을 사살해도 좋다는 지시를 내린 가운데,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살인을 하는 필리핀 여성의 사연이 알려졌다.

26일 영국 BBC는 필리핀 마닐라의 빈민가에서 태어나 현지 경찰과 계약을 맺고 마약 용의자들을 죽이는 청부 살인자 마리아(여, 가명)와 나눈 인터뷰를 공개했다.

마리아는 자신이 세 명의 여성으로 구성된 청부 살인 팀의 일원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팀원이 여성으로만 구성된 것에 대해 여성이 남성보다 목표물에 의심을 받지 않고 접근하기가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벌써 다섯 명의 마약 용의자를 사살했다고 밝힌 마리아는 청부 살인이 자신에게 더 많은 일과 더 많은 돈을 가져다 주지만, 그만큼 자신이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된다고 토로했다. BBC와 인터뷰를 나눈 날의 오후에도 마리아는 그녀의 남편과 머무르는 안가가 노출돼 급하게 피신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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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는 자신보다 먼저 청부 살인을 하던 남편의 일을 이어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녀의 남편은 경찰과 계약을 맺고 채무자들을 살해하는 청부 살인자였다. 그녀는 남편이 처음에는 일회성으로 일을 했지만, 살인이 직업이 돼 갔다고 전했다. 그러던 중 남편이 한 여성을 사살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여자를 죽일 순 없다’는 생각에 남편이 자신에게 그 일을 시켜 마리아 자신도 청부 살인의 길에 빠졌다.

마리아는 자신이 성공한 살인 한 건당 20,000 필리핀 페소(한화 약 48만 원)를 받고 이를 다시 팀원들과 나눈다고 밝혔다. 크지 않은 액수이지만, 필리핀에서는 꽤 큰 돈으로 인식되는 정도의 수입이다.

하지만, 마리아는 이제 청부 살인자의 길에서 빠져나갈 길이 없다며 자신의 선택을 후회한다고 밝혔다. 그녀는 “죄책감을 느낀다”며 “내가 죽인 이들의 가족들이 나를 쫓아오지 않을까 두렵다”고 말했다. 또 “지금도 큰 아들이 나에게 무슨 일을 해서 그렇게 큰 돈을 벌어오는 것이냐고 묻는다”며 “내 자식들이 내가 그들을 사람을 죽여서 키웠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자식들에 대한 걱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현재 한 건의 마약 용의자 사살에 대한 계약이 남아있다는 마리아는 그 건이 그녀의 마지막 살인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팀을 떠나면 사살하겠다는 고용주의 협박에 갇힌 기분이 든다고 마리아는 전했다. /김영준인턴기자 gogundam@sedaily.com

김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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