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작은 생명공학 회사의 큰 혁신



중소 생명공학 업체들의 신약 개발이 증가함에 따라, 신생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는 대형 제약사 중역들이 늘고 있다.

380억 달러 매출을 올리는 프랑스 제약회사 사노피 Sanofi 에선 부서 조정, 우선 순위와 프로세스 변경 등 끊임없는 조직개편이 이뤄져 왔다. 그에 따라 부사장 빅토리아 리천 Victoria Richon이 이끄는 종양 치료제 개발 프로젝트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 그녀는 “신약 개발보다는 변화에 적응하고 프로젝트를 유지하기 위한 사내 위원회 설득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아왔다”고 털어 놓았다. 암 연구 센터와 제약업체 머크Merck 등에서 총 28년간 근무한 리천은 “대기업에선 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그녀는 한 벤처 투자가로부터 “암 연구 중소 신생기업을 맡아 달라” 는 전화를 받았을 때-사내 관료주의와 정치에 신경 쓸 필요 없이-한 개의 신약 개발에만 몰두할 기회를 잡기로 결정했다. 리천은 아직은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바이오업체 리본 테라퓨틱스 Ribon Therapeutics의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녀는 “중소기업은 ‘과학’을 더 중시하기 때문에 훨씬 더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빅토리아 리천과 같은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고위 임원들이 대형 제약사의 안락함을 포기하고, 생명공학 스타트업으로 옮기는 일은 항상 있어왔다. 그러나 업계 리크루터와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최근 그 추세가 더 빨라지고 있다. 거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유망 신생기업들은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혁신적인 신약의 대부분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펜서 스튜어트 Spencer Stuart의 그레이엄 갤러웨이 Graham Galloway는 “거대 제약회사 간에 빠르게 이뤄지는 합병과 연구개발(R&D) 부서의 대대적인 개편, 대기업 내 승계 계획 등도 이러한 변화 추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다수의 고위 임원들이 대기업에서 소기업으로 이직하는 가운데, 바이오젠 R&D Biogen R&D의 전 대표 더그 윌리엄스 Doug Williams도 코디악 바이오사이언시스 Codiak BioSciences라는 암 연구 신생기업의 CEO로 자리를 옮겼다. 머크에서 님버스 테라퓨틱스 Nimbus Therapeutics의 대표로 이직한 돈 니컬슨 Don Nicholson도 예외는 아니다. 세계 굴지의 복제약 기업 테바제약(Teva Pharmaceuticals)의 CEO 출신 제러미 레빈 Jeremy Levin도 희귀 신경성 질환을 연구하는 오비드 테라퓨틱스 Ovid Therapeutics에 새 둥지를 틀었다. 생명공학계 헤드헌터 재키 밴디시 Jakie Bandish는 “대기업 고위직 간부들에게 소기업은 잠시 숨을 돌릴 기회의 장”이라고 설명했다.

중소 벤처기업의 가장 큰 매력은 이들이 제약업계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는 데 있다. 최근 몇 년간 승인된 약품 중 대다수가 소기업에서 개발됐다. 의료 투자업체 HBM 파트너스에 따르면, 지난해 소기업의 신약 승인 점유율은 64%였다.




중소기업의 커다란 성과: 최근 승인된 신약 중 대다수는 대형 30개 제약회사가 아닌 중소기업들에서 개발됐다.중소기업의 커다란 성과: 최근 승인된 신약 중 대다수는 대형 30개 제약회사가 아닌 중소기업들에서 개발됐다.


화이자 Pfizer 같은 거대 제약사들도 신생기업처럼 혁신을 추구하고자 노력해왔고, 일부 기업은 연구개발 분야를 강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더 이상 초기 과학 연구는 수행하지 않고 있다. 그 대신 대기업들은 스타트업에 초기 연구를 맡기고, 나중에 그들과 제품 인수 및 라이선스 관련 거래를 하는 추세가 늘고 있다. 머크에서 바이오테크 기업 인수를 담당했던 니컬슨은 “소규모 생명공학 기업은 대형 제약사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존재가 됐다”며 “이들은 제품 파이프라인의 원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레이드 그룹 바이오 BIO는 ‘2014년 소규모 생명공학 기업들에게 선 지급 된 라이선스 계약금이 56억 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2배나 증가한 수치다.


중소기업들은 전형적으로 고위험 · 고보상의 양면적 수익구조를 제공하고 있다: 리스크가 클수록 막대한 보상이 따른다.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큅 Bristol- Myers Squibb과 머크에서 22년간 재직했던 토니 콜스 Tony Coles가 오닉스 제약 CEO에서 물러날 당시 받은 퇴직금은 무려 6,200만 달러나 됐다(2013년 암젠 Amgen이 이 회사를 97억 달러에 인수했다). 콜스는 이후 다른 스타트업을 설립했다. 이 밖에도 암젠의 전 임원 테리 로젠 Terry Rosen은 플렉서스 바이오사이언시스 Flexus Biosciences라는 신생기업을 만들어 불과 17개월 후 13억 달러에 매각하기도 했다(그의 지분은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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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기적인 신약을 신속하게 승인하기 위한 FDA의 노력 덕분에 많은 투자금이 흘러 들고 있다. 지난해 벤처 투자자들이 바이오테크 기업에 투자한 돈은 74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0년간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머니트리 PwC MoneyTree 보고서가 발표한 금액 가운데 최대 규모였다.

PwC의 파트너 그레그 블라오스 Greg Vlahos는 “생명공학 업체들이 여전히 각광을 받고 있지만 기세는 조금 주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투자액은 50억 달러 이상일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충분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공개를 하지 않더라도 제품 상용화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시간 대학교 로스 경영대학원(University of Michigan’s Ross School of Business)의 임상 조교수 에릭 고든 Erik Gordon은 “바이오 신생기업은 큰 성과를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인력이 몰려들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대형 제약사(매출 60억 달러) 샤이어 Shire의 임원 출신 예 요나스 Je Jonas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약물 바이밴스 Vyvanse를 폭식치료제로 사용하는 임상 시험에 착수하기 위해, 상용화 및 공급망 관리자와 다른 임원들을 설득하는데 수개월을 보낸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세이지 Sage라는 스타트업을 이끌고 있는 요나스는 하루 만에 산후우울증 약물 임상 시험에 돌입할 정도로 팀의 의사결정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덧붙였다. “신생기업은 (모든 사람이 같은 곳을 바라볼 때) 제약 없이 일할 기회를 제공한다. 예상치 못한 큰 혁신을 이룰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누가 이런 특권을 거부하겠는가?”






부업으로 성공하기
콜로라도의 한 수제 맥주 회사가 기업가정신 독려를 통해 수익을 올린 비법을 소개한다.
구글의 직원들은 근무 시간의 20%를 별도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쓸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많은 직원들은 현실적으로 다른 일을 할 만한 시간이 충분치 않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이 아이디어를 중요하게 고려해 전략적으로 활용한 인물이 있다. 바로 맥주 회사 오스카 블루스 Oskar Blues의 창립자 데일 카테치스 Dale Katechis다.

때는 그가 산악자전거를 도둑 맞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카테치스는 자전거 선수 출신으로 산악자전거를 만들고자 했던 마케팅 책임자 채드 멜리스 Chad Melis에게 “꿈을 현실로 만들라”고 독려했다. 멜리스는 아웃도어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오스카 블루스를 홍보할 수 있어 작지만 수익성이 좋은 리브 사이클즈 Reeb Cycles라는 벤처 기업을 설립했다. 하버드 대학교의 디자인ㆍ행동과학 교수 베스 앨트린저 Beth Altringer 는 “이런 종류의 기발한 발상은 소기업에서 나오기 쉽다”고 말했다.

카테치스는 직원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을 인재유지의 비결로 꼽으며 “부대사업을 통해 회사 매출이 1억 달러에서 1억 2,000만 달러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포장용 생맥주 캔 제조장치 개발을 비롯해 커피콩 포장에 맥주 캔 사용하기, 양조 후 남은 곡물 찌꺼기를 사료로 주는 소 농장 경영하기, 이를 통해 얻은 소고기를 사내 식당에 제공하기 같은 활동 등이 포함되어 있다.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직원들에겐 급여 이외에 회사 지분도 부여된다. 카테치스는 “직원들은 사장을 모시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그래서 그들 자신이 사장이 될 수 있는 여지를 줘야 한다. 훌륭한 직원들은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자신의 기회로 만든다”고 말했다. -J.A.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by jenniger alsever

By Jennifer Als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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