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한진해운 멕시코行 운항 줄여...가전업체 해상운송 벌써부터 차질

[한진해운 법정관리 초읽기 산업계 피해 현실로]

삼성·LG 대체편 확보 등

운송차질 대책마련 분주

한진해운 끝내 퇴출된다면

운임부담 연 4,400억 늘고

수입품값도 최대 1.4% ↑

연쇄 파급효과 막대할 듯



한진해운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산업계의 피해가 벌써부터 현실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한진해운이 최근 일부 지역 컨테이너선 운항 횟수를 감축하면서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대표 수출 가전업체들은 해운 운송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편을 구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운임이 오를 수밖에 없는데다 수입품 가격에도 영향을 주게 돼 연쇄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해운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부산항을 출발해 멕시코로 향하는 컨테이너선 운항 횟수를 최근 주 2회에서 1회로 줄였다.


한진 측은 공식적으로 “현 상황과 무관한 경영조치”라고 해명했지만 자금난에 시달리는 한진해운이 경영 효율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해당 노선에 투입하는 선대 일부를 개편한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당장 국내 전자업체들은 멕시코로 수출품을 보내는 데 차질이 생겼다. 삼성전자·LG전자는 수출 대상국 현지에서 부품을 조달해 완성품을 만들지만 일부 핵심 부품과 자재에 대해서는 국내에서 제조해 반제품 형태로 현지에 보낸다.


글로벌 화물데이터 전문 조사기관인 데이터마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한국발(發) 전자제품 수출 물량의 56%, LG전자는 23.2%를 한진해운 컨테이너선을 통해 수출(2015년·북미 항로 기준)하고 있다. 해외 매출 비중이 80%에 이르는 동부대우전자 역시 광주에서 생산한 세탁기·냉장고를 중동·아시아권역으로 수출하면서 한진해운을 포함한 3~4곳의 컨테이너 선사를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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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의 한 관계자는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대체선박을 확보하는 중”이라면서 “기존에 사용하던 컨테이너 공간의 최대 4배까지 확보해 가전제품 수출에 영향이 없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지에 쌓아둔 예비 물량을 소진하는 기간을 활용해 운송 차질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한진해운 퇴출 시 중장기적으로 운임이 오를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파산해 현대상선만 남을 경우 화주의 추가 운임부담은 연간 4,407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현대상선을 기반으로 한진해운과 합병을 추진해도 연간 2,273억원의 운임료 상승이 불가피하다.

수입품 가격도 오른다. 미주로부터의 수입물가 상승률은 0.3~0.8%가 될 것으로 보이며 유럽으로부터의 수입품은 0.7~1.4%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업체 외에도 미국의 컴퓨터 장비업체 휴렛팩커드(HP)는 들여오는 물건의 58.0%, 유통업체 케이마트는 10.7%, 전자제품 소매업체 베스트바이는 17.8%를 한진해운에 의존하고 있다. 수출품도 미국은 0.3~1.0%, 유럽은 0.8~1.6%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경쟁력은 낮아지게 된다.

이와 관련해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상근부회장은 이날 “한진해운을 정상화하고 현대상선과 합병해야 국내 해운 산업이 생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회생이 아니라 청산할 수밖에 없다”며 “전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120만개의 컨테이너가 계획대로 흘러가지 못하고 정지하면서 물류 대란이 벌어지고 140억달러(약 15조6,000억원)에 달하는 화물 지연에 대한 불만이 속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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