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날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에 참석해 공적자금과 민간자금을 합해 약 300억달러(33조4,440억원)를 앞으로 3년 동안 아프리카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아베 총리는 연설에서 “아프리카의 가능성을 일본과 일본 기업이 성장시키겠다”며 “강인하고 안정된 아프리카를 목표로 일본과 협력하자”고 밝혔다. 닛케이는 현직 일본 총리의 케냐 방문은 2001년 모리 요시로 총리 이후 15년 만이라며 아베 총리가 이번 행사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아베 총리는 이날 회의에 이례적으로 70여 명의 일본 기업인들을 대동해 가장 큰 목적이 아프리카와의 경제 협력임을 드러냈다.
현재 아프리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최고지도부가 매년 한 차례씩 아프리카를 순방할 정도로 오래 전부터 아프리카 시장 진출에 공들여왔다. 특히 중국 국력이 급상승한 2000년대 이후에는 중국·아프리카협력포럼(FOCAC)을 신설해 원조와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 결과 지난해 기준 중국과 아프리카의 대외무역액은 약 2,1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교역액이 300억 달러에 그치는 일본을 압도하는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단순한 물량공세가 아닌 질 높은 투자에 집중할 방침이다. 일본이 가장 신경 쓰는 분야는 경제 개발의 근간인 인프라 투자다. 닛케이에 따르면 세계 지열발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미쓰비시히타치파워시스템즈, 후지전기, 도시바 등 일본 3개 회사는 아베 총리의 이번 방문을 계기로 케냐에 지열발전 사업을 강화해 2022년까지 300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스미토모상사 등은 나이지리아 모잠비크 등에 화력발전소를 건설해 전력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는 제안도 했다. 일본 정부는 과감한 투자로 이 회사들의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이와 관련해 닛케이는 “이번 아프리카 투자 지원의 키워드는 양이 아니라 질에 있다”며 “중국과 단순 지원액으로 승부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만큼 인프라 투자를 전면에 내세웠다”고 평가했다.
인재 육성도 일본이 추진하는 아프리카 개발 정책의 핵심이다. 이번 TICAD에서 일본 정부는 “아프리카가 자립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에 1,000만 명의 인재 육성을 돕겠다”는 ‘아베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공장장 등 1,500여 명의 현장지도자를 키우고, 엔지니어 등 산업인력 3만 명을 2018년까지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아프리카가 자립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다며 중국 물량 퍼붓기식 경제지원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또한 일본은 아프리카의 지속적인 발전을 돕기 위해 3년에 한 번씩 경제단체, 기업 CEO, 정부 각료가 아프리카를 방문해 비즈니스를 논의하는 일본·아프리카 관민경제포럼을 창설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일본의 아프리카 진출은 경제적 이유 외에도 외교·안보 목적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리는 일본 입장에서 아프리카 54개국의 지지는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또 중국의 남중국해 패권 확장을 견제하려는 일본 정부 입장에서 아프리카가 중국의 독무대가 되는 것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