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송주희 기자의 About Stage]"이전의 나를 이겨야 산다"…리바이벌 뮤지컬의 숙명

자기 복제냐 명작의 재발견이냐

엄청난 부담과 치열한 고민 담겨

뮤지컬 ‘캣츠’의 브로드웨이 리바이벌 공연/사진=캣츠 브로드웨이 공식 페이스북뮤지컬 ‘캣츠’의 브로드웨이 리바이벌 공연/사진=캣츠 브로드웨이 공식 페이스북


“기억 속 캣츠의 ‘신선한 버전’이 될 것이다.” 뮤지컬 ‘캣츠’를 만든 세계적인 작곡가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최근 미국에서 개막한 캣츠에 대해 이 같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브로드웨이에서 1982년(영국은 1981년) 초연 후 오랜 기간 관객을 만나 온 이 작품에 ‘신선한 버전’이라는 표현은 왜 쓴 것일까. 힌트는 ‘뮤지컬 캣츠’ 앞에 붙은 ‘리바이벌’이라는 수식어에 있다.

리바이벌(revival)은 오래된 영화나 연극, 노래 등을 다시 상영하거나 공연하는 것을 말한다. 한차례 이상 상연하고 종연한 적이 있는 작품이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제작돼 무대에 오를 때, 이를 ‘리바이벌 공연’이라고 칭한다. 사정상 잠시 쉰 뒤 공연을 재개하는 형태가 아닌, 오리지널 공연이 끝난 상태에서(주로 몇 년 또는 몇 십 년 뒤) 같은 제목의 작품을 새롭게 제작해 올려야 리바이벌이 된다.

리바이벌에선 이전 버전을 그대로 무대에 올리기도 하지만, 대개는 배우나 스태프의 변화에서 더 나아가 익숙한 설정에 약간의 변화를 가미한다. 브로드웨이에서 1982년 10월부터 2000년 9월까지 공연해 롱런 기네스북(현재 1위는 오페라의 유령)에 오른 바 있는 캣츠는 16년 만의 뉴욕 컴백에 새로운 안무를 추가했다. 올해 토니상 11관왕에 빛나는 뮤지컬 ‘해밀턴’의 안무가 앤디 블랑켄뷜러가 합류해 새로운 고양인들의 춤을 만들어낸 것이다. 기존 안무를 완전히 바꾼 것이 아니라 오리지널 안무가인 질리안 린의 허락하에 추가 안무를 넣었다. 1981년부터 2002년까지 무대에 오른 영국 공연의 경우 2014~2015년 리바이벌 공연에서 섹시한 남자 고양이 럼텀터거의 노래에 랩을 넣는 기발한 변화로 관객을 사로잡은 바 있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의 최근 한국 라이선스 공연은 계단 탭댄스 군무가 추가된 2001년 브로드웨이 리바이벌 버전은을 선보였다./사진=CJ E&M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의 최근 한국 라이선스 공연은 계단 탭댄스 군무가 추가된 2001년 브로드웨이 리바이벌 버전은을 선보였다./사진=CJ E&M


한국에서도 리바이벌 버전을 만나볼 수 있다. 28일 서울 공연을 마친 ‘브로드웨이 42번가’ 한국 초연 20주년 기념 공연은 2001년 브로드웨이 뉴버전(리바이벌)으로 관객을 만났다. 42번가는 1980년도 오리지널 버전과 2001년 선보인 뉴버전으로 나뉘는데, 한국에선 1996~2001년은 오리지널, 2004년부터는 영국에서 제작한 리바이벌, 2010년엔 다시 오리지널 버전으로 공연을 선보였다. 이번에 무대에 올랐던 2001년 브로드웨이 뉴버전은 계단 위에서 펼쳐지는 군무와 주인공 페기소여가 피아노에 올라가 탭댄스를 추는 모습 등 이전에 만날 수 없던 장면을 담아 화제를 모았다.


반복·복제가 아닌, 작품의 의미를 더 잘 살리거나 새로운 개성을 선보이는 작업이 쉽지는 않다. 다른 장르의 작품을 뮤지컬로 만드는 리메이크와 달리 변화에 대한 관객의 저항이나 제약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 이 같은 수고를 알기에 미국의 토니상은 ‘리바이벌 부문’을 만들어 상을 주고 있다. 브로드웨이 42번가의 2001년 뉴버전도 그 해 토니상 최우수 리바이벌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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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일한 자기 복제’로 볼 수도 있고 ‘명작의 재발견’이라 할 수도 있다. 평가는 엇갈릴 수 있지만, ‘리바이벌’이라는 단어 안에는 ‘이전의 나를 이겨야 한다’는 엄청난 부담과 치열한 고민이 담겨 있음을 잊지 말자.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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