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부기장 연봉 2억5,000만원 줄게 오라"…中, 韓 젊은 조종사 유혹

파격 연봉 앞세워 기장 이어 부기장 영입전 확대

가뜩이나 이직 러시 속 조종사들 "심각하게 고민"

국내항공 더 비싼 비용에 외국 조종사 써야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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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인 조건으로 숙련된 전 세계 조종사를 영입해온 중국 항공사가 수억 원대 고액 연봉을 제시하며 ‘젊은 피’ 영입에 나섰다. 10년가량의 경력을 보유한 기장을 최근 몇 년 새 흡수한 데 이어 비교적 경력이 짧은 부기장까지 대상을 넓히면서 국내 항공사들은 위기감에 휩싸였다. 한진해운 지원 문제 및 노사 간 임금 갈등 등 난관에 봉착한 대한항공과 회사 정상화를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업체들은 중국 항공사들의 이 같은 ‘조종사 쇼핑’을 손 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중국 항공사들은 최근 부기장 경력 채용을 위해 약 2억5,000만원에 달하는 고액 연봉을 제시하며 ‘영입전’을 펼치고 있다. 운항 기종과 근무조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국내 업체 기장들의 평균 연봉(약 1억5,000만원)보다 1억원이나 높은 금액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10년 가까운 기장 영입이 아닌 부기장을 뽑기 위해 2억원이 넘는 연봉을 주는 것은 상당히 파격적인 것”이라며 “중국의 조종사 쇼핑이 더욱 가속화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 항공 전문 사이트 플라이트글로벌에 올라온 대한항공 채용공고를 살펴보면 부기장의 연봉은 1억원 남짓이다. 타 업종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은 아니지만 중국 항공사와 비교하면 격차가 꽤 크다.

중국 항공사의 파격 대우 소식에 국내 항공사 조종사들은 술렁이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들이 이 같은 소식에 ‘정말 심각하게 (이직을) 고민해봐야겠다’ ‘조만간 조종사 모자라서 비행기 세우겠네’ 등의 의견을 내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직을 결심한 인원은 매년 증가 추세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13년 이후 약 100명이 회사를 떠났다. 지난 한 해 이직한 인원만 45명에 달한다. 대한항공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2014년 16명에 불과하던 이직 인원은 지난해 121명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회사를 떠난 기장 가운데 68%가 중국 항공사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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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이직에 최근 조종사 구직 사이트에 올라온 대한항공 채용공고는 약 30건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다년간 노하우를 쌓은 기장에 이어 부기장까지 고액 연봉을 제시하면서 조종사 이탈 현상은 갈수록 심각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지붕 아래 있는 한진해운을 돕기 위해 자금 마련에 나선 대한항공 직원들의 불만이 높아진 가운데 사측과 조종사 노조 간 임금갈등이 봉합되지 않고 있는 시점에 중국 업체들의 고액 연봉 제시는 더욱 달콤하게 들릴 수 있다”면서 “국내 젊은 조종사까지 중국에 빼앗길 경우 더 비싼 비용을 주고 외국인 조종사를 영입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8일 “중국 여행인구와 여객기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자국 조종사가 턱없이 부족해 고액의 연봉을 제시하며 외국인 기장을 영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칭다오항공과 쓰촨항공 등 중국 항공사들이 전 유나이티드에어라인 기장에게 약 3억5,000만원의 연봉에 소득세를 회사가 부담하는 조건을 내걸며 러브콜을 보낸 사례를 함께 소개했다. 이는 브라질·러시아 항공사의 4배, 미국 델타항공 기장의 평균 연봉보다 1억원 이상 많은 금액이다.

글로벌 항공기 제조사인 에어버스그룹은 중국의 항공 교통량은 향후 20년 동안 약 4배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최근 5년간 중국 항공사는 55% 증가했으며 여객기도 2,650대를 넘어선 상태다. 보잉사 역시 오는 2035년까지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추가로 필요한 여객기 조종사 수만 24만8,000명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중국 항공사의 조종사 쇼핑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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