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백기 든 폭스바겐

"행정소송 안해"...재인증 주력

배출가스·소음 시험성적서를 조작해 정부로부터 80개 모델 8만3,000대의 인증취소·판매정지 처분을 받은 폭스바겐이 당초 예고와 달리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내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행정소송으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인증취소 처분을 받은 모델에 대해 조속히 재인증 절차를 밟아 판매를 재개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독일 본사와의 협의를 거쳐 정부의 행정처분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지난주 환경부에 전달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해 11월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으로 12만6,000대가 인증 취소됐으며 올 들어 검찰 수사에서 배출가스·소음 관련 시험성적서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 지난 2일 추가로 8만3,000대의 인증이 취소됐다. 이는 아우디·폭스바겐·벤틀리 등 폭스바겐그룹 산하 브랜드들이 2007년 이후 국내에서 판매한 차량 30만7,000대의 68%에 달한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측은 “사업 정상화를 위해 환경부의 의견을 수용하고 협의를 거쳐나가기 위해 행정소송을 내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재인증을 위해 환경부와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정부의 행정처분에 대해 소송을 내지 않기로 한 것은 법적 대응에 따른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배출가스·소음 관련 시험성적서 조작이 명백한데다 행정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개정된 법률에 따라 막대한 과징금을 추가로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에 부과된 과징금은 178억원이었으나 차종당 과징금 상한액이 대당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상향된 개정 대기환경보전법을 적용할 경우 패소시 과징금이 680억원으로 늘어난다.


무엇보다 행정소송이 진행될 경우 인증취소나 판매 정지된 차량에 대한 재인증 절차가 사실상 중단돼 정상 영업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의 행정처분으로 폭스바겐은 팔 수 있는 차량이 ‘투아렉’과 ‘CC’ 2개 차종에 불과할 정도로 영업이 거의 중단된 상태다. 재인증이 늦어질수록 딜러들의 영업에 막대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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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아우디는 지난달 1,504대를 팔아 수입차 판매 3위 자리를 지켰지만 전년동기보다 판매량이 42.5% 급감했다. 폭스바겐은 겨우 425대를 판매해 전년동기 대비 85.8%, 전월 대비 76.8% 줄었다. 판매정지로 8월 판매량은 이보다 더 줄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법적 대응을 할 경우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딜러들의 이탈은 물론 소비자 불만이 증폭될 것이라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환경부가 수입차 업체들의 서류인증 조사를 전 브랜드로 확대하기로 한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기보다 현 상황을 수용하고 재인증을 통해 조속히 판매를 정상화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며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브랜드 이미지가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법적 대응에 나서지 않은 대신 환경부에 재인증 문제와 EA189 엔진 장착 차량의 리콜 문제를 조속히 협의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적 다툼은 피했지만 갈 길이 멀다. 인증 취소된 차량에 대한 재인증도 최소 3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부는 폭스바겐 측이 사업재개를 위해 재인증을 신청할 경우 ‘확인검사’ 등으로 더 자세히 검증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폭스바겐의 행정소송 여부와 관계없이 원리원칙대로 재인증을 철저히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에 따른 리콜 문제도 난제로 꼽힌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말 배출가스 조작 사실을 확인했으나 9개월이 다 되도록 해당 차량 12만여대에 대한 리콜 조치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환경부는 폭스바겐 측이 제출한 리콜 계획서에 대해 올해 1월과 3월, 6월 총 세 차례나 불승인 조치를 내리고 ‘임의조작’ 사실을 인정해야 리콜 협의를 재개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사안과 관련해 폭스바겐은 조작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문제는 소비자 보상과도 연관돼 폭스바겐 측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없을 경우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에 따른 리콜 문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성행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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