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김형철의 철학경영] 자신에게 명령하고 복종하라

연세대 철학과 교수

<31>자기개혁과 열린 조직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




조직에는 조직의 논리가 있다. 바로 상명하복이다. 영(令)이 서지 않으면 그 조직은 와해된다. 그런데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직원들을 로봇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들을 노예로 여기고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흥미로운 여론조사가 미국에서 있었다. “자신의 상사가 해고될 수 있다면, 감봉을 감수하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응답자 중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그러겠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참 서글픈 현실이다.

사이가 좋지 않은 두 사람이 보트를 함께 타고 가고 있다. 배가 풍랑을 만나 파선할 위기에 처했다. 그랬더니 한 사람이 기도를 한다. 제발 이 배가 가라앉지 않도록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를 올렸다. 그러자 신으로부터 돌아오는 응답은 이미 늦었다는 것이다. 참 야속한 일이다. 그런데 이번에도 또 뭔가를 간절하게 기도한다. “이왕 가라 앉을 수 밖에 없다면 반대편부터 먼저 가라앉게 해주세요!” 얼마나 상대방이 미웠으면 그랬을까.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이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산신령이 나타나더니 한 사람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 소원이 있으면 들어주겠다. 그런데 조건이 하나 있다. 네가 달라는 것과 똑같은 것을 네 이웃에게는 두 개를 주겠다” 이러자 이 사람이 산신령에게 물어 보기를 “그럼 내 눈을 하나 파버리면, 이웃에 있는 보기 싫은 그 인간은 눈을 다 잃게 됩니까?” 참 심술궂은 사람이다. 우리 조직이 혹시 이런 상황에 있는 것은 아닐까. 동료가 잘되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주변에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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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모여서 식사를 하면 식욕이 늘고 식사량도 많아진다. 그런데 유일한 예외가 있다. 바로 자신의 상사와 식사할 때다. 그렇다고 부하들이랑 식사를 회피할 필요는 없다. 그저 그렇게 부하들이 꺼린다는 사실만 알고 있으면 된다. 한 CEO가 미국 출장을 갔다. 자신의 비서를 대동하고 갔다. 큰 맘 먹고 둘이 같이 비즈니스석에 앉았는데, 비행기가 이륙한 후 얼마 뒤 그 비서가 혹시 자기는 이코노미석으로 가면 안되겠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저는 늘 이코노미석에만 타서 그게 더 편합니다”라고 덧붙였다. 농담같은 진담이다.

왜 우리 사회, 회사의 조직은 늘 경직되기만 한 걸까. 첫째, 우리나라는 상하간 구별을 뚜렷하게 해주는 존대말과 반말이 있다. 이것은 엄청난 장벽이다. 어른에게는 꼭 존칭을 사용해야 하고 아랫사람에게는 반말을 쓴다. 원색적인 권력관계가 우리 언어에는 이미 내장돼 있다는 말이다. 둘째, 윗사람은 항상 아랫사람에게 항상 명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하가 일을 지시한대로만 하기를 요구한다. 셋째, 윗사람은 아랫사람보다 항상 더 경험 많고 더 지혜롭다고 생각한다. 다 착각이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21세기는 열린 조직을 원한다. 열린 조직은 윗사람이 열려있는 것을 의미한다. 밑에서 아무리 열려고 노력해도 열 수가 없다. 혁신과 개방은 항상 위에서 밑으로 내려간다. 리더의 자기 개혁없이는 조직의 개방과 혁신은 불가능하다. 과감하게 많은 것을 밑으로 위임하라. 그런데 위임이 잘 되지 않는 이유가 있다. 바로 부하들이 월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야할 것(WHAT TO DO)’만 말하고, ‘하지 말아야 할것(NOT TO DO)’은 말하지 않는 리더에게 그 책임의 80%가 있다. 그리고 ‘해야할 것’은 자세하게 말해줘야 한다. ‘방법 (HOW TO DO)’에 있어서는 기본 교육과 훈련이 끝나서 일을 맡긴 후에는 부하의 스타일을 존중해야 한다.

“자신에게 명령하는 사람이 되라! 그렇지 않으면 평생 남의 명령만 듣고 살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명령에 복종하라!” 독일의 철학자 니체가 한 말이다. 모든 조직의 최종목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로봇이나 노예가 이닌 주체성과 자아의식을 가진 인간들이 모여서 같이 일하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서로 서로 존중하는 조직은 자신의 명령에 복종하는 리더들에 의해서 만들어져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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