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현 한국표준협회 회장
백수현 한국표준협회 회장세계는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끌기 위한 주도권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키워드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로 이어지는 초연결이다. 초연결과 연계돼 원하는 디자인의 물품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맞춤형 다품종 적량생산 시스템, 플랫폼 비즈니스, 1인 제조업, 소비자가 생산에 관여하는 프로슈머 등이 4차 산업혁명의 함축적 표현이다.
스위스 금융그룹인 UBS는 올해 세계경제포럼(WEF)에서 ‘4차 산업혁명에 가장 잘 적응할 수 있는 국가 평가’를 발표했는데 우리나라는 평가 대상국 139개국 중 25위에 그쳤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기술 수준, 교육 수준, 인프라 수준, 법적 보호를 평가한 결과 1위는 스위스였고 미국과 일본이 4위와 12위를 기록했다.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면서 우리 사회와 산업계는 구체적인 전략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기술 측면에서는 로봇·3D프린팅·인공지능 등 첨단 제조기술 개발과 가상현실·증강현실 등 정보기술(IT) 융합을 통한 제조 스마트화가 필요하다. 우리는 선진국의 70~80%인 기술 수준에서 추격 중인데 산업계의 스마트 실행전략과 지원기반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실정이다. 주요 선진국의 스마트공장 운영 모델과 산업 사물인터넷(IoT), 사이버물리시스템(CPS) 등 융복합 기술의 활용실태를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에 성공하면 개인·경제·사회에 커다란 이익이 되지만 혁신기술에 대한 국민적 공감과 사회적 이해가 없으면 새로운 재화와 서비스 공급도 수월하지 않고 사회적 마찰이 커지게 된다. 변혁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려면 안심할 수 있는 빅데이터의 활용, 새로운 기술혁신이 초래하는 다양한 사회적 과제에 대응하는 환경 인프라와 사이버 보안 등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4차 산업혁명 추진방향에 대한 통일된 개념과 근거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정부도 스마트공장 추진을 위한 표준 플랫폼 등을 제시했으나 기술과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적용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특히 스마트 관련 기술공급 측면에서 지멘스·록웰 등 글로벌 기업에 비해 국내 기업의 기술경쟁력이 취약하다.
국내 산업계는 스마트 기술 시스템화가 상대적으로 취약해 해외 선진기술에 종속될 우려가 크다. 그동안 한국은 선진국과의 공동 기술 개발과 표준화 협력에 소극적이었다. 오는 2020년 1만개 스마트공장 보급 확산을 위해서는 산업과 산업 간, 국가와 국가 간 경계를 낮춘 표준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하며 글로벌 협력을 통한 기술협력이 요구된다.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 스마트공장의 제조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해외 연구기관과의 전략적 제휴로 선진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 독일의 ‘플랫폼 인더스트리 4.0’과 미국의 ‘스마트 제조 플랫폼’ 전략을 벤치마킹해 분산돼 있는 각종 추진활동과 국제표준화 활동을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
정부는 중소기업형 스마트 제조 시스템 개발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야 한다. 융복합기술 집적화와 통합화, 데이터 보안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국내 우위기술과 해외 기술 간 상호교류와 표준화 협력이 절실한 때다.
*백수현 한국표준협회장은 한양대에서 전기공학박사 학위를 받고 30여년간 동국대에서 강의하며 대한전기학회장,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적합성정책위원회 이사,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기획평가위원, 중소기업청 기술혁신추진위원, 외교통상부 한미FTA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동국대 석좌교수이자 한국표준협회장으로서 인더스트리 4.0, 빅데이터, 전기차 등 신산업 패러다임에 관심을 갖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