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경제 성장과 재정 건전성 사이에 낀 내년 예산안

정부가 내년 예산 규모를 400조7,000억원으로 책정했다고 29일 밝혔다. 보건·복지·노동 등 복지에 전체의 3분의1인 130조원을 배정하고 일자리에 17조5,000억원을 집중한 것이 핵심이다. 이러다 보니 총예산 증가율은 3.7%에 달하지만 복지를 제외하면 2.9%에 그쳤다. 반면 재정 건전성은 이전보다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재정적자 규모는 올해보다 9조원 가까이 줄어든 28조1,000억원으로 내려가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당초 전망보다 0.6%포인트 낮은 40.4%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라면 역대 최고 수준의 재정 건전성 개선이 이뤄질 태세다.


문제는 경기침체에 대응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는 8.2%나 줄며 2년 연속 뒷걸음질쳤고 산업·중소기업·에너지 예산도 2% 감소했다. 일자리를 뺀 나머지 경제 분야가 정부의 관심에서 멀어졌다는 의미다. 그나마 규모가 큰 일자리 예산도 증가액이나 증가율 모두 올해보다 줄었다. 대내외 경제여건에 대응하기 위해 확장예산을 편성했다고 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그 같은 내용은 별로 드러나지 않는다. 한정된 예산을 가지고 재정 건전성을 지키면서 경제성장도 이뤄야 한다는 압박감이 예산을 기형적으로 만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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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빚을 줄이고 늘어나는 복지비용을 감당하면서 경기침체에도 대응하려면 해법은 그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는 것밖에 없다. 증세를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이유다. 박근혜 대통령은 증세에 대해 “국민에게 면목없는 일”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증세 없는 복지’를 공약으로 내걸었으니 당연하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세금을 더 걷는 것 말고 재정 건전성을 지키면서 경제를 살릴 방법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국민에게 진짜 면목없는 것은 경제를 살리지 못하고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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