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기업

[샤프 汎 일본동맹 추진 왜]기술개발 앞당기고 투자 부담 덜기 '묘수'

'히노마루 연합' 실현, JDI와 화해에 달려

대만 홍하이정밀공업 산하에 들어간 샤프가 돌연 재팬디스플레이(JDI)와의 ‘연합’을 제안하고 나선 이유는 단 하나, 삼성디스플레이 등 한국 기업들이 장악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애플을 비롯해 샤프가 액정을 납품하는 주요 스마트폰업체들이 차세대 스마트폰에 OLED 패널 탑재를 예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OLED 패널 개발은 샤프의 생존이 달린 핵심 과제다. 샤프와 재팬디스플레이는 애플 아이폰의 OLED 패널 탑재에 대응해 각각 2018년부터 OLED 대량생산에 돌입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이미 연간 3억대 규모의 양산체제를 구축하고 글로벌 시장의 95%를 독점한 삼성디스플레이나 초소형 패널 양산에 돌입한 LG디스플레이 등을 독자적으로 따라잡기는 사실상 역부족이다. 한국 기업들이 시장을 석권한 상태에서 OLED 패널이 스마트폰 시장의 주류로 부상할 경우 샤프 등 일본의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미 애플의 주요 액정 공급업체라는 자리마저 삼성 등에 내주며 경영 위기에 처하게 되는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모회사인 홍하이 입장에서도 주 고객인 애플을 잡아두기 위해서는 OLED 사업 확보가 필수적이다. 샤프와 모회사인 홍하이는 OLED 패널 개발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부담을 덜고 기술제휴를 통해 개발 속도를 크게 높이는 ‘묘수’로 재팬디스플레이와의 동맹 제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샤프가 구상하는 ‘히노마루(일장기) 연합’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우선 손을 맞잡아야 할 JDI와의 앙금을 풀 수 있을 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전자업체들이 연합해 설립된 JDI 출범 당시 소니와 도시바, 히타치 등과 함께 회사 설립에 합류할 예정이던 샤프가 독자 노선을 선택하면서 샤프와 JDI가 필연적으로 경쟁 관계에 돌입하게 됐다는 점이 연합 형성의 걸림돌로 작용하게 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JDI 대주주이자 일본의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가 샤프 인수전에서 막판까지 대만 홍하이와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점도 양사 관계에 부담이 되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29일 샤프의 ‘러브콜’에 대해 JDI 측은 “샤프나 홍하이 측에서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며 “협업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는 또 JDI가 샤프와 첨단기술 공동개발에 나섰다가 대만 기업들로 디스플레이 관련 독자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하이는 대만의 패널업체인 이노락스도 산하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JDI로서는 홍하이 산하의 샤프와 손을 잡는 데 대한 부담을 떨치기 힘들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이 밖에 세계 중소형 액정패널 시장에서 총 35%가량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두 업체의 협업이 반독점 규제에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다만 샤프와 JDI가 공통으로 안고 있는 OLED 패널 개발 부담이 ‘적과의 동침’을 유도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샤프는 이미 2018년 OLED 패널 양산 일정 연기를 검토하기 시작한 상황이며 JDI는 산업혁신기구에 금융지원을 요청할 정도로 투자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수년 전부터 ‘한국 타도’를 외쳐 온 궈타이밍 홍하이 회장이 한국 추월을 위해 불가피한 JDI와의 연합을 성사시키기 위해 어떤 카드를 들고 나올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신경립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