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AI 권위자 장병탁 서울대 교수 "기술·인재 선제적 투자문화가 '퍼스트무버' 낳는다"

미래부·NIPA '미인계 콘서트' 참석

알파고 바둑대국 승리보다

구글의 딥마인드 베팅 더 중요

비영리 AI연구소 세운 테슬라

10억弗 들여 시장 확대 노림수

제대로 된 AI연구소 없는 한국

인식의 전환·산업화 지원 절실



“인공지능(AI)처럼 완성도가 좀 낮더라도 가능성이 있는 기술과 인재에게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한 산업을 이끄는 선도자(퍼스트무버)는 그런 문화에서 나옵니다.”

국내 AI 분야의 권위자인 장병탁(사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최근 미래창조과학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등이 서울 강남 D캠프에서 연 ‘미인계(미래·인간·기계) 콘서트’에서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패러다임의 변화에 맞게 우리도 지능 정보 기술 전략을 바꿔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AI 알파고가 바둑 대결에서 인간을 이겼다는 사실보다 구글이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의 능력과 가능성을 미리 알아보고 지난 2014년 4억달러의 거금을 들여 인수했다는 데서 더 많은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될성부른 나무를 떡잎 때 알아보고 키워야 한다는 얘기다. 예산과 재원이 한정된 탓에 정부, 민간 기업은 이미 완성도가 95%에 다다른 기술을 눈여겨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장 교수는 아직 70% 수준이라도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술에 미리 투자해야 이 기술이 가시적 성과를 나타냈을 때 세계시장을 선점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구글·테슬라 등의 AI 전략이 바로 그렇다는 것. 일론 머스크가 지휘하는 테슬라는 지난해 10억달러를 투자해 비영리 AI 연구소 ‘오픈AI’를 설립했다. 오픈AI는 핵심 연구를 공개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를 통해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장 교수는 “결국 테슬라는 AI 회사로 변모할 것”이라며 “앞으로 구글 AI를 능가하는 회사가 있다면 아마도 테슬라가 될 것이고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낼지 현재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지금 AI가 조용한 혁명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1990년대까지 암흑기를 맞은 AI가 단순한 프로그래밍에서 기계 스스로 학습하는 머신러닝(딥러닝) 방식으로 바뀌면서 2010년대 들어 신산업으로 부흥하고 있다”며 “AI 제품을 산 소비자가 AI를 학습시키는 정도에 따라 처음 구매했을 때보다 더 똑똑해지고 성능이 향상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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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정신에 해당하는 AI는 자율주행차·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와 같은 몸체를 갖고 있는 기술과 융합할 것이라는 게 장 교수의 전망이다. 그는 “이미 사물인터넷(IoT)처럼 지능과 정보기술(IT)이 결합한 4차 산업혁명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며 “AI와 기계가 결합한 이른바 ‘스마트 머신’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거대한 융합의 흐름을 단순히 관심만으로 대비할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서울대 인지과학연구소장을 맡고 있고 딥러닝 기반 육아용 AI 프로그램인 ‘뽀로로봇’을 개발한 그는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AI 연구소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선진국에 비해 준비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20년여 동안 빛을 보지 못한 AI가 2010년대 들어 글로벌 기업들의 선제적 투자에 의해 부활한 것처럼 지금 외면받는 기술들이 미래에 갑자기 산업화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구글의 딥마인드 인수 같은 사례가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날 수 있도록 기술 투자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기술 산업화 지원을 크게 늘리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박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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