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후진국에서 집단발생하는 콜레라가 국내에서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전라남도 순창에서는 집단감염이 의심되는 C형간염 환자가 200여명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로 홍역을 치른 보건 당국이 올해 들어 감염병 관리를 한층 강화하고 있지만 폭염 등 기상현상과 주사기 재사용 등의 그릇된 관행으로 퍼지는 전염병까지 막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질병관리본부는 경상남도 거제에 거주하는 64세 남성이 콜레라 증상을 보여 검사를 시행한 결과 30일 감염이 확인됐다고 31일 밝혔다. 올 들어 국내에서 콜레라 환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이 환자는 앞서 지난 19일 거제의 한 시장에서 구입한 오징어와 정어리를 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아직 명확한 감염원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현재까지 발생한 콜레라 환자들의 공통점은 거제에서 수산물을 섭취했다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가 해수 오염에 보다 무게중심을 두고 역학조사를 펼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정기석 질병관리본부장은 “해수가 원인이라는 것은 아직 추정 단계”라며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콜레라균은 태생이 바다라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불과 열흘도 안 돼 콜레라 환자가 3명이나 나오자 유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거제에는 100여건의 설사 환자 신고가 접수된 상황이다. 현 상황이 집단감염 발생 단계인지를 묻는 말에 정 본부장은 “아직은 산발적 발생으로 보고 있다”며 “같은 거제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에서 다양한 음식을 통해 발생하는 것 자체를 방역조치로 막기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집단발생을 막는 조치를 아주 철저하게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집단감염 사태가 잇따르고 있는 C형간염 쪽도 상황이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날 보건 당국은 순창의 한 내과의원이 C형간염 환자를 다수 진료한 것으로 확인돼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최근 3년간 200여명의 C형간염 환자를 본 것으로 파악된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그 의원에 C형간염 환자가 많이 찾아와 진료 횟수가 많았던 것인지, 아니면 (집단감염 등의) 다른 원인이 있는 것인지 현재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들 중 일부가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불법 치과 치료 등을 받았다는 점을 근거로 그 과정에서 C형 간염에 걸린 것 아니겠느냐는 추정을 내놓고 있다.
지카(Zika) 바이러스 감염증과 일본뇌염도 안심할 수 없다. 올 들어 국내 지카 확진자는 11명에 달하고 이날 광주에서는 첫 일본뇌염 환자가 나왔다. 29일 현재 쓰쓰가무시병 환자는 926명, 렙토스피라증 환자는 61명, 신증후군출혈열 환자는 237명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2.6배로 늘어난 수준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올해 감염병이 유독 많이 유행하는 것을 한 가지 요인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면서도 “감염병 중 세균이나 벌레에 의한 것은 번식에 유리한 환경인 무더위가 유행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