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北 지뢰·포격도발에 맞선 최윤희, 42년 군 복무에 마침표

최고참 군인 최윤희 합참의장이 7일 군복을 벗었다. 1973년 해군사관학교 입교 이후 42년 9개월 만이다. 이날 오후 국방부 연병장에서 열린 전역식에 최 의장은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 위협 속에 지난 2년을 단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침과대적(枕戈待敵, 창을 베고 적을 기다린다)의 심정으로 보냈다”고 말했다.

최 의장의 전역식은 합참의장 이·취임식과 함께 열렸다.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 군을 통솔하는 중책은 이순진 신임 합참의장에게 넘어갔다. 최 의장은 올해 8월 북한군의 지뢰·포격 도발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성공적으로 군을 지휘함으로써 우리 군 역사에 중요한 자취를 남겼다.

최 의장은 화려한 기록도 세웠다. 무엇보다 우리 군 최초의 해군 출신 합참의장이다. 2013년 그의 합참의장 임명은 육군3사관학교 출신인 이순진 신임 의장 임명에 못지않은 파격이었다.


최 의장의 현역 복무 기간인 38년은 창군 이후 최장 기록을 세운 조영길 전 국방부 장관(40년)에 이어 두 번째다. 그가 참모총장과 합참의장 임기 2년을 모두 채운 것도 1975∼1977년 제14대 합참의장을 지낸 노재현 예비역 육군 대장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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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화성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최 의장은 중학교 진학이 힘들 정도로 집안 형편이 어려웠다. 해군사관학교 시절 동기들이 고된 훈련을 견디지 못해 하나 둘 퇴교할 때도 최 의장은 ‘달리 갈 곳이 없어’ 버텼다. 최근 전역을 앞두고 연 기자 간담회에서 “혈혈단신으로 이곳까지 왔다”고 토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학창 시절 그에게 힘이 돼준 것은 음악이었다. 음악 서클에 들어 클라리넷 연주에 심취했다는 그는 “군인이 되지 않았다면 음악가가 됐을 것”이라고 한다.

40여년의 군 복무 기간 최 의장의 마음에 가장 큰 상흔을 남긴 것은 제2연평해전이다. 2002년 6월 29일 제2연평해전 당시 해군작전사령부 작전참모처장이던 최 의장은 북한군의 공격으로 전사한 6명의 젊은 용사들의 유가족과는 가족처럼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최 의장이 평생 사표로 삼은 인물은 충무공 이순신이다. 충무공의 정신을 ‘필사즉생 정면승부’로 요약한 그는 “늘 충무공을 우러러보며 닮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최 의장은 군 복무를 명예롭게 마무리했으나 전역 이후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이 조사 중인 해상작전헬기 ‘와일드캣’ 도입 비리 연루설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최 의장이 40여년의 군 복무에 오점을 남기지 않으려면 방산 비리를 파헤치는 사정당국의 검증대를 무사히 통과해야 한다는 얘기다. 훌륭한 군인으로 기억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있는 셈이다.

권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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