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지난 6월 휴직계를 낸 홍기택 리스크담당 부총재(CRO)가 다시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며 홍 부총재의 사퇴를 공식 확인했다.
8월3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진리췬 AIIB 총재가 캐나다의 AIIB 가입 의사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최근 휴직계를 내고 해외에 체류 중인 홍 부총재가 베이징에 다시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진 총재는 “부총재 직위가 그를 위해 남겨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홍 부총재가 분명히 이해하고 있다”면서 “AIIB는 현재 후임자를 물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AIIB가 공식 석상에서 홍 부총재의 거취에 대해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진 총재는 베이징 AIIB 본부에서 빌 모르노 캐나다 재무장관을 만나 캐나다의 AIIB 회원국 지원 결정에 환영의 뜻을 전하고 양자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진 총재는 캐나다가 홍 부총재의 후임 자리를 맡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진 총재는 “이번 조치는 한국에서 발생한 일들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AIIB는 그동안 투명성 유지를 위해 노력해왔다”고 강조해 미묘한 뉘앙스를 남겼다.
홍 부총재는 대우조선해양 지원이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정부 압력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킨 데 이어 대우조선의 대규모 분식회계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오며 책임론이 불거지자 6월 말 AIIB 부총재직을 휴직했다. 홍 부총재는 7월 말 베이징에서 열린 AIIB 첫 연차총회에도 불참했다. AIIB에는 홍 부총재를 포함해 모두 5명의 부총재를 두고 있으며 홍 부총재의 휴직 이후 사실상 그의 사임을 기정사실화하고 후임 인선에 착수한 상태다. 신임 부총재는 지난달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선임된 프랑스의 티에리 드 롱게마르 아시아개발은행(ADB) 부총재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AIIB 후임 부총재에 다시 한국인이 선임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홍 부총재가 국내에서 불미스러운 일로 휴직한데다 AIIB 분담금 순위 상위 회원국들이 부총재 자리에 관심이 높은 점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부총재직을 다시 찾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