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추석 대목은커녕 소 값 폭락 걱정…송아지 4분의 1 벌써 처분했소"

김영란법에 벼랑끝 몰린 축산농가 가보니

5만원엔 우족세트도 못맞춰

마트·도매시장 매입량도 '뚝'

축협 적자 늘어 농가 직격탄

"농축산물 제외·상한 조정을"





지난달 30일 소 목장 몇 곳이 옹기종기 위치한 경기 화성시 향남읍의 한 작은 마을. 수원화성오산축산농업협동조합 등을 통해 이마트 등 국내 주요 유통업체에 한우를 공급하는 이곳 축산 농민들의 속은은 폭염의 날씨처럼 타 들어가고 있었다. 화성을 비롯한 수원·오산 지역은 축산농가가 수도권에서 가장 많은 680곳에 이른다. 전국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많다.


마을에서 만난 김주수(49) 전국한우협회 화성시 지부장의 얼굴에도 짙은 그늘이 드리워 있었다. ‘화성농장’이라는 이름으로 목장 2곳을 15년째 운영하는 그는 만나자마자 ‘김영란법’ 얘기부터 꺼내며 한숨을 푹푹 쉬었다. “선물 상한선인 5만원으로는 한우는 커녕 우족 등 저렴한 부위도 어려워 결국 수입육만 판칠 겁니다. 식당에서도 1인분이 최소 4만~5만원은 하는데 현실을 외면한 채 3만원으로 규제한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축산농가는 모두 벼랑 끝으로 몰릴 겁니다.”




김 지부장은 명절 매출이 농가의 30% 이상을 차지하는데 벌써부터 백화점·대형마트는 물론 정육식당들의 유통채널인 도매시장에서도 한우 매입을 급격히 줄이고 있다고 걱정했다. 김영란법이 9월28일부터 시행되지만 소비 현장은 한발 먼저 얼어붙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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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에서 1년에 소 1만 두를 사가는데 올해는 주문이 크게 줄어서 한우 농가마다 난리에요. 마리당 900만~1,000만원 가량의 소 값도 추석이 지나면 급락할 것이란 게 업자들 사이에서는 정설입니다. 나도 최근에 눈물을 머금고 지난해와 올해 태어난 송아지 40마리를 모두 처분했습니다.”

송아지 40마리는 그가 사육하는 소 150마리 중 4분의 1을 넘는 숫자다. 앞으로 농가를 운영하기가 만만치 않고, 손을 뗄 지도 모른다는 절박감이 읽히는 대목이다. 그나마 이번 추석까지는 축산농협에서 예전처럼 물량을 매입해줬지만 다 팔지 못할 경우 그 손실이 수익을 배분하는 연말에 농민들에게 고스란히 떠넘겨질 수 밖에 없어 답답할 따름이라고 하소연한다. 실제 축산농협의 적자폭이 지금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김영란법 시행 후 첫 명절인 내년 설부터는 축산농협이 예년 수준의 물량도 소화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김 지부장은 “가뜩이나 한우가 2013년 자유무역협정(FTA) 폐업지원보상제도 대상에 포함된 데 따른 도축수 감소 효과가 올들어 나타나며 한우 값이 치솟고 있는데 지금 가격으로는 김영란법 가이드라인에 절대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다”고 전했다.

이때문에 축산농가의 줄폐업을 막기 위해서는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농축산물을 제외하거나 전체적인 가격 상한선을 올려야 한다는 게 대다수 농민들의 주장이다. 그는 “추석 이후부터는 소를 키워도 팔 데가 없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불안해 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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